은행권 수장들, 권위 낮춘 ‘수평 경영’에 방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5-02 08:3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은행권 수장들이 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희 기업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송기진 광주은행장. (일러스트=김용민 기자 ggickya@)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은행권 수장들이 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권위를 낮춰 문자로 간략하게 보고를 받는가 하면, 직원들과 봄 소풍도 가는 등 '수평적' 정을 나누고 있다. 수익 악화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수직적 상하관계를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장에 오른 만큼 취임 때부터 잘못된 관행,허례허식을 고쳐나가겠다고 공언했었다.

일례로 조 행장은 각종 보고서를 간소화하라고 주문, 시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쏟는 시간보다 윗 사람에게 올릴 보고서를 잘 만드는 데 시간을 쓰는 관행을 깨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의 한 임원은 "예전에는 보고서의 순서나 글자 크기 등을 트집 잡는 상사도 있었다"며 "지금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핵심만 요약한 메모식 보고서를 쓴다"고 전했다.

심지어 조 행장은 문자 메시지로 보고를 받는다. 조 행장의 외부 일정이 잦기 때문에 임원들이 2~3시간 보고서 들고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회의도 짧아졌다. 기업은행은 사무실에 모여 서서 10분 정도 '스탠딩 회의'를 한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서에 투입할 시간에 고객을 한 명 더 만나라는 의도다.

은행장들은 비단 임원뿐 아니라 일선 영업점 직원들과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직원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기를 살려 조직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충식 농협은행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두 달째 전국을 돌며 각 지역본부의 사업전략을 직접 행기고 있다.

강원도와 제주, 경남과 경북에 이어 충남까지 돌았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출범 1주년을 맞아 앞치마를 두르고 직원식당에서 삼계탕을 배식하기도 했다. 또 직접 만나지 못하는 직원들과도 대화하기 위해 사내망에 '통통소리마당'이라는 대화방을 개설했다.

송기진 광주은행장의 행보도 돋보인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과 봄 소풍을 다녀왔다.

광주은행 혁신 우수직원, 고객센터 직원 등은 물론 청원경찰과 본점 미화원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날 송 행장과 직원들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견학한 뒤 보성 녹차밭을 트레킹했다. 또 판소리 배우기 문화체험과 직원 장기자랑 등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전보다 마음을 열고 직원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며 "어려운 시기인만큼 외형 성장보다는 내부 다지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