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수장들이 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준희 기업은행장, 신충식 농협은행장, 송기진 광주은행장. (일러스트=김용민 기자 ggickya@)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수직적 상하관계를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장에 오른 만큼 취임 때부터 잘못된 관행,허례허식을 고쳐나가겠다고 공언했었다.
일례로 조 행장은 각종 보고서를 간소화하라고 주문, 시행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실제 업무에 쏟는 시간보다 윗 사람에게 올릴 보고서를 잘 만드는 데 시간을 쓰는 관행을 깨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의 한 임원은 "예전에는 보고서의 순서나 글자 크기 등을 트집 잡는 상사도 있었다"며 "지금은 보고서를 작성할 때 핵심만 요약한 메모식 보고서를 쓴다"고 전했다.
심지어 조 행장은 문자 메시지로 보고를 받는다. 조 행장의 외부 일정이 잦기 때문에 임원들이 2~3시간 보고서 들고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회의도 짧아졌다. 기업은행은 사무실에 모여 서서 10분 정도 '스탠딩 회의'를 한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서에 투입할 시간에 고객을 한 명 더 만나라는 의도다.
은행장들은 비단 임원뿐 아니라 일선 영업점 직원들과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직원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기를 살려 조직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충식 농협은행장의 행보는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두 달째 전국을 돌며 각 지역본부의 사업전략을 직접 행기고 있다.
강원도와 제주, 경남과 경북에 이어 충남까지 돌았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금융 지원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출범 1주년을 맞아 앞치마를 두르고 직원식당에서 삼계탕을 배식하기도 했다. 또 직접 만나지 못하는 직원들과도 대화하기 위해 사내망에 '통통소리마당'이라는 대화방을 개설했다.
송기진 광주은행장의 행보도 돋보인다. 그는 최근 임직원들과 봄 소풍을 다녀왔다.
광주은행 혁신 우수직원, 고객센터 직원 등은 물론 청원경찰과 본점 미화원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날 송 행장과 직원들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견학한 뒤 보성 녹차밭을 트레킹했다. 또 판소리 배우기 문화체험과 직원 장기자랑 등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들이 전보다 마음을 열고 직원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며 "어려운 시기인만큼 외형 성장보다는 내부 다지기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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