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균 연구관 |
중국요리 향신료에 불과한 '팔각회향' 열매가 조류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로 변신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타미플루는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효소 기능을 막아 치료효과를 내는 항바이러스인데, 스위스의 제약회사 로슈홀딩이 특허권을 가지고 독점 생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식물, 종자, 동물, 미생물, 곤충 등 각종 생물자원이 치열한 연구 끝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는 '황금알'로 변신한 사례는 많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신약이다. 심장병약은 다년생인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과 주변 동물들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해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유전자원의 개발 및 활용이다.
유전자원이란 현재와 미래의 농업 식량생산에 사용돼 보존가치가 있는 종자, 미생물, 곤충, 동물 등의 생물체를 말한다. 신품종 육성의 기본 재료이며 신물질 추출, 유전자 탐색 등 생명공학연구의 기초재료로 그 가치는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다.
과거의 전통농법만으로는 늘어나는 인구에 대비한 생산성 향상, 품질개량 등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원을 생명공학연구의 기초재료로 안전하게 보존·관리하고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자원의 산업적 활용은 산업적 이용추이의 변화나 규모, 파생품의 경제적 가치, 규모를 비교해 봤을 때 다른 어떤 시장이나 산업 부분에 못지않은 시장경쟁력과 파급효과를 나타낸다. 실제 유전자원의 산업적 활용은 제1세대 활용형태인 가죽, 목재, 탄화수소, 오일 등에서 제2세대 활용형태인 작물재배, 원예, 약학 및 치료약, 세제 등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 질병예방, 생체조절물질, 산업효소 등의 제3세대 활용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제3세대 유전자원은 높은 투자 효율성과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신약 한 개 개발 시 세계적으로 연간 1조원, 즉 자동차 300만대 수출과 맞먹는 수익을 올린다. '파프리카' 종자는 1g에 12만원으로 같은 무게의 금보다 두 배 비싸다. 독일에서는 은행잎으로부터 혈액순환장애 치료제를 개발하여 연간 2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실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종자산업 육성대책의 일환으로 유전자원을 수집·보존하고 있다. 또한 미래 수요를 반영한 천연의약 소재, 기후변화에 대응한 내재해성, 아열대 과수 및 채소 등과 같은 식물 유전자원 및 농식품 미생물자원 등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 11월 신축 개소한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30여만점의 농업유전자원을 확보하여 세계 6위에 올랐다. 50만점 저장규모의 최첨단 안전 저장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 세계 각국 및 국내에서 확보한 15만6000여점의 종자를 보존·관리하면서 다양한 곳에 연구재료로 공급하고 있다. 2010년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농업적 이용가치가 있는 곡물, 채소, 약용 등 토종종자를 기증받는 캠페인도 추진했다. 기증받은 종자에 대해서는 증식 및 특성평가를 실시해 영구 안전 보존하고 연구재료, 신품종 육성, 식·의약 소재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식량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가치가 높은 우수 유전자원을 많이 확보해야 향후 식량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유전자원 수집, 평가 및 활용에 노력과 경비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전자원이야말로 미래 발전의 주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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