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다만 앞서 밝혀 왔던 자산 축소 방침과 물가에 대한 입장 등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돼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의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이틀간 진행된 7월 FOMC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6월 금리를 1.00~1.25%로 0.25%p 인상한 연준은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금리를 올린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데다 물가 둔화 등의 우려가 나오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 조정치와 관련해서는 "물가가 하락했으며 목표치인 2% 아래에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6월 성명에서 "물가가 하락했지만 목표치보다 약간 아래 있다"고 표현한 6월 성명에서 '약간'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물가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자산 축소 시점은 당초 시사했던 '연내 축소'에서 '비교적 빨리(relatively soon)'로 발언의 방향이 바뀌어 이목을 끌었다. 현재 연준의 자산 규모는 4조 5000억 달러(약 5002조 2000억 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는 1조 달러에 미치지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오는 9~10월께 연준의 자산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FT는 "연방 부채 한도 상향 조정에 대한 미 의회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만큼 9월에 자산 축소가 시작된다면 시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인 팜코(Paamco)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앤드류 로스는 "9월에 시작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12개월 내 어느 시점에 시작될 수도 있다"며 "자산 축소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에 따라 이 기간도 빠른 시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자산 축소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채권 중 만기가 돼 돌아오는 원금의 재투자를 줄여나가는 방식 등으로 자산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연준은 국채 및 부동산담보대출증권(MBS)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매입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유지해왔다.
CNBC는 26일 보도를 통해 "금융 위기 시대 저금리 정책 도입으로 첫 변화를 시도했던 연준이 이제는 자산 축소라는 두 번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는 자산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몇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데다 단기 국채 발행을 확대할 경우 시장의 소화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경우 오는 2021년까지 0.65%p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유 자산 축소와 연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등 연준의 입장이 나온 가운데 달러 가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 현재(한국시간) 달러지수(DXY)는 전날보다 0.44% 낮은 93.263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지수는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환산한 것으로, 올해 들어서만 8.5% 하락했다.
달러 약세 영향으로 주요 통화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유로당 1.1748달러로, 지난 2015년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10.86엔까지 떨어졌다. 달러 대비 환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캐나다달러 환율도 달러당 1.2414캐나다달러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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