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수 피해가 특히 컸던 샤알람의 타만스리무다지구에서 구조되고 있는 주민. 이 지구에서는 사망자도 발생했다. =19일, 슬랑오르주 (사진=옹 키아민 하원의원 제공)]
말레이반도 중앙부에서 17일부터 내린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말레이시아 수도권까지 확산됐다. 다수의 공단과 항만이 위치한 슬랑오르주에서는 많은 도로가 차단돼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침수와 정전으로 공장조업이 중단된 일본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20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호우경보는 해제되고 침수된 지역도 서서히 물이 빠지고 있으나, 복구까지는 최소 수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최대 무역항인 슬랑오르주 클랑항은 북항, 서항, 남항 등 전 항구가 홍수 피해를 입었다. 악천후로 항만과 이어지는 도로 봉쇄로 항만종사자들이 출근할 수 없게 되자, 주변 창고와 중계시설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으며, 선박 도착에도 지연이 발생했다.
수브라마니암 클랑항만청장은 20일 NNA의 취재에, “클랑항 주변은 19일부터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업무가 재개된 19일의 항만가동률은 40~45%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 복구되었다. 3~4일 이후 전면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재차 비가 내릴 경우, 복구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종업원들 출근에도 지장
수도권 지역 수해로 피해를 호소하는 일본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제조 자회사 파나소닉 메뉴팩처링 말레이시아는 20일, 슬랑오르주 샤알람의 섹션23에 위치한 공장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증권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기계, 설비 현황을 파악하는데 1주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 실링팬과 청소기 제조를 당분간 중단한다. 일부 공급업자도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현지에 진출한 한 일본 물류기업 간부는 “클랑항 사무소가 침수피해를 입었다”며, 클랑항에 보관되어 있는 컨테이너 상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며, “수출입을 위해 보관하고 있는 고객들의 상품의 피해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컨테이너가 부족한 마당에, 있는 컨테이너마저 수몰될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말 물류피크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클랑항의 해상수송을 항공수송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까지 이어지는 간선도로 대부분이 홍수로 봉쇄되어 있어,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일본 자동차 제조사 간부는 부품공급 지연을 우려했다. 클랑에 위치한 공급업자 중 4개사의 공장이 침수돼, 20일부터 부품생산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공급업자들의 부품 중에는 3일치 밖에 재고가 남아있지 않은 것도 있어, “빨리 부품생산이 재개되지 않으면, 우리 공장도 조업이 중단될 수 밖에 없다”며 위기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한 일본 제조사 간부는 “여러 생산거점의 가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공장이 침수되었으며, 부근 송전설비의 침수로 전기공급마저 끊겨, 어쩔 수 없이 가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공장도 있다고 했다. 통근 시 사용하는 자가용이 침수되거나, 집이 침수돼 종업원들의 출근도 쉽지 않은 상황.
말레이시아 정부는 홍수로 피해를 입은 공무원에 대해, 임시휴가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국영 베르나마통신에 의하면, 사라바난 무루간 인적자원부 장관은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피해를 입은 종업원이 결근할 경우, 유급휴가를 차감하지 말고 임시휴가를 부여하도록 요청했다.
■ 슬랑오르주 사망자 8명
기상국은 19일 오전 11시 반에 슬랑오르주, 프를리스, 케다, 페락, 피낭, 클란탄, 트렝가누, 파항 등의 주에 발령했던 호우경보를 해제했다. 다만 슬랑오르주 클랑, 샤알람 등 일부 지역은 이후에도 침수가 이어지고 있다.
슬랑오르주 지역매체들에 의하면, 2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주 내 이재민은 3만 2044명에 달했다. 이날 저녁까지 수해로 인해 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3분의 1이 거주하는 수도권에 광범위한 수해가 발생함에 따라, 피해액은 수억링깃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영리조직(NPO) ‘말레이시안 릴리프 에이전시’에 의하면, 주택 수리비만으로도 세대당 5000~1만링깃(약 13만 4000~26만 8000엔)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홍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2억링깃의 긴급예산을 편성, 피해를 입은 세대에 1000링깃의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