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수입원유를 싣고 베트남에 도착한 페트로리멕스의 탱커 (사진=페트로리멕스 제공)]
일본의 석유회사 ENEOS(에네오스)그룹은 일본 내 정유소에서 정제한 가솔린을 베트남에 수출한다. 베트남 국내에 석유관련 제품을 약 35% 공급하고 있는 응이손(Nghi Son)정유소가 자금난을 겪고 있어, 베트남 국내에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출은 베트남 정부의 지시를 받은 국영 베트남석유그룹(페트로리멕스)의 조달요청에 따른 거래로 보인다.
■ 탱커 2척 이상
관계자에 의하면, 페트로리멕스에 대한 에네오스의 수출은 수회에 걸쳐 실시된다. 첫 회분은 2월에 이미 도착했으며, 2회분은 3월 중에 도착할 예정이다. 해상수송용 탱커가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가솔린은 1회당 약 25만배럴(약 3만 9750㎘)로, 두 번에 걸친 양은 총 50만배럴 상당. 페트로리멕스는 수출에 따른 해상수송비 등을 모두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페트로리멕스가 에네오스측에 가솔린 조달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12월. 에네오스는 시가기준으로 공급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국영 베트남석유가스그룹(페트로베트남)이 일본의 미쓰이(三井)화학 등과 함께 출자한 응이손정유소는 올 1월 쿠웨이트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던 탱커 2척분의 수입을 취소했으며, 이달 중순부터 가솔린을 비롯한 석유관련 제품 감산에 들어갔다. 글로벌 원유가격 상승으로 응이손정유소의 자금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
에네오스 그룹을 총괄하는 에네오스 홀딩스의 홍보관계자는 NNA에, “개별 거래에 대해서는 따로 공표하지 않는다”며 상세한 사항을 밝히지 않았으나, 국내 재고에 여유가 있는 석유제품을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은 통상적인 거래라고 설명했다.
■ 베트남 상공부, 2분기에도 수입확대 지시
베트남 국내 석유공급이 감소됨에 따라 베트남 상공부는 2월 말 결의 242호(242/QD-BCT)를 통해, 페트로리멕스를 비롯한 국내 석유회사들에 2분기에도 석유제품 수입을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국영 베트남통신(VNA)에 따르면 가솔린, 중유를 합친 추가 수입분 240만㎘ 중, 최대기업인 페트로리멕스의 할당량은 전체의 45%에 해당하는 100만㎘에 달했다.
응우엔 수안 훈 페트로리멕스 부사장은 “당사는 응이손정유소가 감산을 공표한 직후부터 기존 조달계약을 수정, 국내공급을 늘리기 위해 추가조달에 나섰다”라고 밝히며, 상공부의 지시 이후 파트너 기업과 새로운 조달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수입 할당대상에서 제외된 군석유화학총공사도 통상적인 원유조달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 등 4개국 이외의 기업으로부터 적정가격에 조달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원유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따라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석유관련 제품의 국내 소매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수입업자들은 큰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베트남의 석유관련 기업들은 현재 정부의 규제가격이 10일마다 발표되고 있는 것을 3~5일 정도로 단축해, 글로벌 원유가격의 유연한 반영을 요청하고 있다.
■ 협력범위 확대모색
에네오스는 페트로리멕스의 지분을 약 13%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는 이미 자본・업무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에네오스측은 구체적인 협력사업을 향후 더욱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에네오스가 밝힌 양사의 공동사업 검토항목에는 일본에서 에네오스가 주유소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베트남에서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는 내용과 함께, 에네오스가 일본 내에 보유하고 있는 정유소를 활용한 조달 강화 및 최적화 등이 담겨있다.
일본 내 가솔린 수요감소로 정유소 생산능력이 남아돌고 있는 에네오스는 정제능력이 수요확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베트남과 확대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이나, 거대국영기업인 페트로베트남이 정유부문을 장악하고 있는 베트남측과의 협력관계 구축이 생각만큼 용이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네오스측은 이번 페트로리멕스와의 제품거래가 향후 협력관계 확대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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