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AI) 기술 업계가 특허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녔지만, 실제로 개발한 AI 모델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투자도 쪼그라들며 AI 인재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 중심 AI연구소'(HAI)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10만명당 AI 특허 수가 10.26개로 조사 대상국 중 1위였다.
2위 룩셈부르크(8.73개), 3위 미국(4.23개), 4위 일본(2.53개)과 큰 격차를 뒀다. AI 인재 집중도는 1위 이스라엘(1.13%), 2위 싱가포르(0.88%)에 이어 3위(0.79%)에 올랐다. 이는 전 세계 업무용 인맥 사이트 링크트인에 등록한 사람 중 AI 관련 기술이 있거나, AI 직무를 맡은 인력을 나라별로 집계한 결과다.
파운데이션 모델에서는 미국이 독주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이 압도적인 1위(109개)를 기록했다. 이어 2위 중국(20개), 3위 영국(8개) 등 순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도 4개를 개발했다.
아울러 연구소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notable) AI 머신러닝 모델 108개 가운데 한국 모델은 없었다. 미국 61개, 중국 15개로 미-중 양강 구도가 뚜렷했다.
한국 AI 인재 유출은 심각했다. 한국 인재 유출 수준은 –0.3(국가별 유입자 수에서 유출자를 뺀 수)으로, 10만명 중 3명이 매년 해외로 나갔다. 반면 룩셈부르크(3.67)와 아랍에미리트(1.48)는 인재들이 몰렸다.
한국은 AI 민간 투자 규모도 열악했다. 한국(13억9000만달러)은 조사 대상 중 9번째로, 2022년(6위·31억 달러)보다 3계단 내려갔다. 미국(672억달러)은 투자 규모에서 압도적 1위였다. 2위 중국(72억6000만달러)과도 9배나 차이가 났다. 중국의 투자 규모는 2021년 230억8000만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2년간 연달아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과 투자를 제한한 영향을 받은 걸로 풀이된다.
기업별로는 미국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우위가 두드러진다. 구글은 제미나이를 포함해 18개 모델을 출시해 가장 많은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했다. 메타(11개)와 마이크로소프트(9개), 챗GPT 개발사 오픈AI(7개)가 그 뒤를 따랐다. 이들 업체는 AI 모델 학습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했다. 구글은 최신 AI 모델인 제미나이 울트라 훈련에 1억9140만달러(약 2600억원)를, 오픈 AI는 최신 모델인 GPT-4 훈련에 7835만2034달러(약 1000억원)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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