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점령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담당 특사가 이번 주 러시아를 방문하는 가운데 종전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등 4개 주 영토 중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만 갖고 종전하겠다고 미국 측에 밝혔다. 앞서 4개 주 영토 전체를 종전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에 비하면 한 발 물러선 셈이다. 한 소식통은 FT에 미국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미국 정부가 공인하고, 러시아군이 점령한 4개 지역에 대해서는 최소한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해주는 내용 등을 포함한 합의안을 제시한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다수 소식통을 인용해 런던 회의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을 사실상 인정하고 현재의 전선을 동결하는 방안을 포함한 평화 협상안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협상안은 앞서 파리 회담에서도 논의됐으며,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보도는 백악관과 크렘린궁이 위트코프 특사의 방러 계획을 공식화한 가운데 나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위트코프 특사가 이번 주 푸틴 대통령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 역시 “우리는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크림반도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어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림반도는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우크라이나 영토”라며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 점령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인정 문제는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 관리들 간 회동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종전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중재 노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주 (휴전)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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