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최초로 미국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새로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둘째 날인 8일(현지시간)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성당 굴뚝에서 제267대 교황 선출을 알리는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 뒤 종소리가 울렸다. 콘클라베 이틀째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교황청 선임 부제 추기경은 이날 오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교황 선출을 알리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이라 외치며 새로운 교황이 나왔음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뒤 17일 만이다. 그는 새로운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며,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라고 발표했다. 이후 모습을 나타낸 레오 14세 교황은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생으로 미국 시카고 태생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으로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페루에서 오랜 기간 사목해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뽑은 인물이며, 2023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에 임명됐다. 주교부는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교황으로 선출된 최초의 미국인이자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인 그는 신학적으로 중도 성향을 띤 인물이다.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레오 14세 교황은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이라며 첫 발언을 했다. 공식 취임일은 수일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국 출신 교황을 바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영광이다. 나는 그와 만나길 기대한다"는 글로 기쁨을 표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차기 교황 선호를 묻자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넘버원 선택지"라며 "우리는 뉴욕에 매우 훌륭한 추기경이 있다"는 말로 내심 미국인 추기경이 차기 교황에 뽑히길 희망했다. 또한 SNS에 교황 복장을 한 자신의 합성사진을 게시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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