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이상 기후로 인한 물가 상승)'이 가까스로 2%대로 안정된 소비자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도 여름철 노지채소 등 이상기후로 농수산물 수급 불안정이 예상되면서 기후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흐름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1%를 기록했다. 2022년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압력 속에 6%대를 상회하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4월부터는 2%대로 떨어졌고 9월(1.6%)부터는 일시적으로 1%대까지 낮아진 바 있다.
다만 올해 들어선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 등 2%대에 고착된 모습이다. 고환율과 함께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에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1%대로 내려갈 여지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하락에도 식료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 오름폭이 확대되며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4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7% 떨어지며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1.5% 오르고 가공식품 가격도 4.1%로 오름폭이 확대했다.
[표=아주경제 그래픽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으로 꼽힌 식료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데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 급등 영향이 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공식품 물가는 농산물 원재료 값 영향을 받는다"며 "이상 기후는 계속 되풀이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말은 곧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계속 클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이번 달 무 도매가격은 겨울무 저장량 감소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늘 도매가격도 ㎏당 8200원 선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공급 부족과 저장 재고 감소가 맞물리면서 주요 식탁물가가 전반적으로 압박을 받는 양상이다.
특히 올여름 기상 상황이 지난해만큼 좋지 않을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 노지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뛸 가능성이 크다. 농경연 관계자는 "벌써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기상이 지난해와 비슷하다면 작황 전망이 어두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물가의 구조적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기후와 수급 불안으로 주요 농산물 가격이 흔들리면 당장은 낮은 물가 상승률을 지속하더라도 체감물가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농산물 가격이 잠깐 떨어지더라도 공급 문제가 반복되면 결국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이 된다"며 "이상기후가 상수가 된 상황에선 식탁물가가 물가 안정에 가장 불안정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이 잠깐 떨어지더라도 전반적으로 공급 문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가격은 게속 오를 수 있다"며 "이는 소비자물가의 구조적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