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쪽으로 기우나…요구 수용한 젤렌스키 '좌절'

  • '조건 없는 휴전' 수용·광물 협정 서명…트럼프, '협상 먼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에 기대를 걸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얻지 못한 채 깊은 좌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3년 넘게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국 측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지만 "그런 접근 방식이 젤렌스키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의식해 휴전과 협상 국면 전환에 적극적으로 응해왔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조건 없는 휴전안'을 곧바로 수용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직접 회담을 위해 튀르키예까지 이동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광물 협정'에도 서명하며 미국 측 요구에 응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푸틴 대통령과의 2시간 통화 이후 러시아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당초 자신이 주장했던 ‘무조건 휴전’에서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간 직접 대화를 강조하고 바티칸의 협상 참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양측이 합의하지 못하면 협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러시아가 조건 없는 휴전을 거부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실제 제재는 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 후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지도자들과 통화해 '지금은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고 싶지 않고 대화가 이뤄질 시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조건을 모두 받아들여야만 휴전이 가능하다는 러시아 입장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던 모습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한발 물러선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더 강력한 러시아 제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러 정상 통화 직후인 20~21일 유럽연합(EU) 주요국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하며 대러 추가 제재 및 향후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다음 주 EU에 자산 동결 확대, 러시아산 석유 구매자에 대한 2차 제재 등 내용을 담은 제재 요청 백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차 제재는 지금까지 유럽이 꺼려왔던 조치로, 인도·중국 등 러시아산 원유 주요 수입국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신중 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다.
 
나토(NATO)는 다음 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는 러시아 침공 이후인 2022년부터 작년까지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속 초청됐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1일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조금 기다려 달라. 정상회의 프로그램이 확정되면 발표를 할 것"이라고 답을 대신했다.
 
스호프 총리는 "우리 의견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헤이그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며, 이런 입장은 뤼터 사무총장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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