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어린시절 베어 무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맛'

  • "2025년에 듣고 있는 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5년에 듣고 있는 분?"

유튜브에서 과거 가수들의 영상을 보면, 종종 이런 댓글들을 볼 수 있다. “2025년인데 또 와버렸다”, “이 노래를 아직도 듣고 있을 줄이야”, “나만 듣는 줄 알았는데, 거의 최근 댓글들이네” 등. 20~30년도 더 전의 음악 영상에 “지금 들어도 좋다”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려 있다.
 
이런 댓글들을 보면 음악 취향은 10대 때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연구들은 청소년의 귀와 마음이 성인들보다 활짝 열려 있기에, 10대 때 들었던 노래나 음악이 취향의 바탕이 된다고 분석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의 수요를 분석한 기사 등도 유사한 주장을 펼친다. 예컨대 과거 뉴욕타임스(NYT)의 기사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성인 이용자 대부분은 세대를 불문하고 가장 자주 듣는 노래가 10대 시절에 즐겨 들었던 곡이다. 유럽의 한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음악 취향의 다양성은 보통 24세에 절정을 이른 후 정체된다고 한다.
 
이는 음악에만 한정될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한 사람일수록 취향 스펙트럼이 유연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자연스레 뇌리에 스며들어, 커서도 거부감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를 향유하며 풍성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물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동·청소년기에 문화예술을 폭넓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청년문화예술패스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제도는 연극, 클래식 등 공연과 전시 관람비에 대해 1인당 연 10만~15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대한민국 19세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발급률이 80%에도 못 미치는 데다가, 이용률도 저조한 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관련 기관이 간담회를 해보니, 대상자 다수가 ‘순수예술에 관심이 없다’며 패스를 쓸 일이 없다고 했단다. 순수예술의 맛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요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유아, 아동,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하려는 내용은 빠져있다. 아쉽게도 문화를 수출 확대 혹은 지역경제 살리기 등 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만 보는 경향이 짙다.  

아이들의 '미각'이 굳기 전에 연극, 국악, 무용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의 '맛'을 볼 기회를 준다면, 사회의 포용력도 커지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문화예술 장르도 자립할 수 있지 않을까. 차기 정부는 문화예술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어린 시절의 중요성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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