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체 치료제 개발기업 파멥신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 등 여파로 투심이 얼어붙은 상황 속 연구개발(R&D) 중심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7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파멥신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파멥신의 정리매매 기간은 29일부터 6월 10일까지 진행되며 6월 11일 상장 폐지된다. 파멥신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 등의 투자를 받아 2008년 설립된 항체 기반 치료제 개발 업체다. 파멥신은 2018년 기술특례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지만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공시 벌점 누적으로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된 이후 앞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준 타이어뱅크에게 경영 지원을 맡기기도 했지만 결국 퇴출 위기를 맞았다.
파멥신은 2022년부터 수익성 악화가 지속돼 왔는데 지난해 기준 매출은 38억8855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손실은 77억1300만원, 순손실은 49억2400만원이었다. 2024년 연구개발비는 약 50억원으로, 매출 대비 비율이 129%에 달하는 등 연구개발비 지출이 매출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스스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중소형 바이오기업에 잇단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동물약품 개발업체 제일바이오도 지난달 30일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졌으나, 현재는 회사 측 가처분 신청으로 효력이 일시 정지된 상태다. 앞서 3월에는 단백질 소재 바이오 신약 개발사 셀리버리가 상장폐지 되는 등 제약·바이오업계의 상장 유지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은 당장 실적을 낼 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아 투자를 통해 사업을 유지한다. 신약 개발 시 큰 이익을 기대해 볼만 하지만 임상 실패 등으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 관리종목 지정, 불성실공시 누적 등으로 이어져 상장폐지 위기를 겪는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약가 인하와 관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관련 정책 리스크가 제약 바이오 섹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이오기업도 다수다.
이런 상황 속 전문가들은 결국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투자기회를 얻을 것이란 의견을 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심 위축으로 바이오텍의 자금난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M&A 및 기술이전 기대감이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바이오 섹터를 향한 관심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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