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대신 현금화…상법 개정 앞두고 'EB 활용'에 나선 상장사들

  • SKC·SNT홀딩스도 EB 발행…코스피로 확산하는 자사주 활용

  • 자사주 소각 의무화 예고에 따른 관리·활용 전략 변화 전망

사진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상장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 제도화'를 내건 데 따른 선제적 대응 성격이 짙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에코솔루션은 전날 자사주 538만7393주(발행주식 대비 11.38%)를 오는 12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1주당 처분 가액은 7621원으로, 총 처분 금액은 약 410억5732만원이다.
 
같은 날 KG에코솔루션은 해당 자사주 전량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 310억5732만원, 운전자본 확보 100억원 등 총 410억5732만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자사주를 EB 형태로 처분해 마련한 자금을 빚 상환 등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EB를 활용한 자사주 처분 사례는 코스피 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2위인 SK그룹 계열사 SKC는 지난 5월29일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3100억원 규모의 영구 교환사채 발행을 발표했다. 교환 대상은 SKC가 보유한 자사주 298만5304주이며, 교환가액은 주당 10만3842원이다. 이보다 앞서 SNT홀딩스도 지난달 23일 700억원 규모의 발행을 공시했다.
 
자산 건전성이 우수한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맞춰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EB를 통해 현금화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농심은 시설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30만19주(발행주 대비 4.93%) 전량을 처분하고, 이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를 발행했다. 특히 농심은 최근 10년간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어떤 사채도 발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해 EB를 서둘러 발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자사주 소각 대신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최대주주에게 여러 이점이 있다.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은 사전공시 대상에서 제외되며, 신주 발행이 아닌 기존 주식을 내주는 방식이어서 지분 희석 우려가 없다. 또한, 지난달 LS가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 사례처럼 EB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 확보 수단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상장사들의 EB 발행이 활발해진 데에는 새 정부 공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상장사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 제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관련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후속 입법을 통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에 대한 규제 강화가 예상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 관리·활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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