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산업계도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유가·운임 상승은 물론 수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반기를 겨냥해 수립한 경영 전략 역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원자재와 물류비 가격에 민감한 수출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
해운·철강·정유 업계는 유가 급등과 해상 운송 차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운사는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5%에 달해 유가가 오르면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제조업 평균 비용이 0.67%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황 부진을 겪는 철강·석유화학 업계는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걱정한다. 정유 업계도 사태가 장기화해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로 이어지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도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내연기관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시장인 중동 판매량 감소도 우려된다. 지난 2023년 기준 중동 수출량은 21만9560대로, 전체 수출의 10%가량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공급망 위기가 심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증가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가전 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6개월~1년 단위로 장기 운송 계약을 맺어 당장 물류비가 늘어나진 않지만, 해상 운임이 오르면 중장기적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냉장고 등 대부분 가전제품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항공 운송이 어렵다"며 "해상 운임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면 그 영향으로 수요가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의 중동 지역 수출과 인프라 수주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시설 타격에 따른 비용 상승,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근국 방위비 증가로 기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 지연·취소 가능성을 제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그룹이 이미 하반기 경영 전략 회의를 마쳤지만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 된다면 전략 재점검 및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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