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6대 3 보수 우위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속지주의에 따른 미국 국적 부여) 금지 정책과 관련해, 개별 연방 판사가 연방 정부 정책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효력 중단 가처분 결정은 소송을 제기한 개인, 단체, 주(州) 등 원고에게만 적용되며, 미국 전역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간 미국 각지 연방 법원 중 한 곳에서 연방 정부 정책에 대해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 즉시 해당 정책에 전국적 제동이 걸렸으나, 이제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에게만 정책 효력이 중단되게 됐다.
이번 판결은 출생 시민권 금지 정책뿐 아니라 향후 연방 정부의 각종 정책에 대한 하급심 판사의 전국 효력 가처분 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 단위 제동이 어려워지면서 지역별로 판결이 엇갈리는 ‘파편화’ 현상 우려도 제기된다.
진보 성향 공익법률단체 ‘헌법책임센터’의 스미타 고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위헌적인 행정 관행들에 맞서는 일이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끔 만들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집권 2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추진한 각종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 폐지 결정, 전쟁 때 적용하는 법률을 활용한 이민자 추방, 특정 로펌에 대한 징벌적 조치 등이 가처분 결정에 의해 제동 걸린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번 (대법원) 결정 덕분에 우리는 전국 단위로 금지 명령이 잘못 내려진 수많은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게 됐다”며 “거대한 승리”라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정부 측 변호사들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대통령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판결들을 축소하도록 법원에 압박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집단 소송 등 기존의 다른 법적 대응 수단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전국적 정책 차단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정책에 맞서고 있는 ‘공공권익프로젝트’의 조너선 밀러는 이제 타인이 제기한 소송에 의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도시, 카운티, 주가 법원에 더 많은 집단 소송을 제기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 성향 변호사 에드 윌런도 “이번 판결이 축하하는 사람들 생각만큼 큰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며 원고들이 대신 집단소송을 제기해 결국 전국 효력 명령과 비슷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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