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에 시달려 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중동전쟁은 마지막 균열을 내는 충격파가 됐다. 숨줄이 점점 조여오며, 현장은 위기라는 단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붕괴의 문턱에 섰다.
가장 먼저 흔들린 곳은 생산 현장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치솟으며 제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며 일부 기업은 조업 중단에 내몰리고 있다.
수급 불안도 심각하다. 국내 중소기업은 중동산 나프타 의존도가 높다. 2024년 기준 전체 기업의 중동 수입 비중이 약 60%인 반면 중소기업은 82.8%에 달한다. 특정 지역 리스크가 곧바로 생존 위기로 전이되는 구조다.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비용과 정보의 한계로 중소기업은 여전히 특정 지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채정묵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지난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만나 "원료 가격 급등으로 제조 현장에서는 채산성 악화와 원료 수급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13일 화장품 제조업체들도 한 장관에게 중동전쟁 이후 제품 생산이 원활하지 않고, 원청업체에 납품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출 중소기업들 피해도 막대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동전쟁 피해 현황 자료를 보면,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550건에 육박하는 피해·애로가 접수됐다. 운송 차질을 비롯해 계약 취소나 보류, 대금 미지급 등 회사 운영과 직결되는 피해가 속출했다. 중소기업의 대(對)중동 수출 비율은 5.4%로 전체 기업 평균 2.9%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내수 역시 빠르게 식으며 소상공인들 고통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는 57.0에 머물렀다. 전쟁 전인 2월보다 11.1포인트(p) 떨어졌다.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7.0으로, 전달보다 5.1p 추락했다. 계엄 사태가 터진 2024년 12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 앞에서 소상공인들은 하루 매출로 하루를 버티는 구조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는 오르는데 매출은 줄어드는 삼중고 속에서 폐업을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2026년 봄은 회복의 계절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정부는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전쟁추경 중 일부는 수출 중소기업 지원과 소상공인 민생 안정에 쓰여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일회성 처방만으로는 구조적 위기를 버텨내기 어렵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상수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가격 전가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한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의 고삐를 더 죄어야 하는 이유다. 추경이 물가를 자극하는 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다. 이 뿌리가 흔들리면 한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그 충격은 결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건 지속 가능한 단단한 버팀목이다. 단기 처방이나 일회성 지원이 아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게 할 장기 생존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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