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중국 증시 주도주는 은행주였다. 사실상 국영은행들이 시가총액 상위권을 독차지해왔다. 이런 중국 증시도 인공지능(AI)·반도체 붐의 예외는 아니다. 10년 전 중국 시가총액 상위권을 장악했던 금융·통신·에너지 등 전통 기업의 빈자리를 AI·반도체 관련 기업인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 중지이노라이트 등 빅테크와 첨단 제조 기업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와 낸드플래시 대표주자 양쯔메모리(YMTC) 등 '대어'들이 상장을 앞두면서 중국 증시 내에서도 AI·반도체의 존재감이 확대될 전망이다.
26일 컴패니즈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중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빅테크와 국유은행, AI·첨단 제조 기업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시가총액 1위는 텐센트로 4849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건설은행(3782억달러), 중국농업은행(3214억달러), 중국공상은행(ICBC·3014억달러), 중국은행(2749억달러)이 2~5위에 올랐다. 전기차 배터리 대표주 CATL이 2740억달러로 6위를 차지했다.
이외에 7~10위는 알리바바(2309억달러), 산업인터넷·AI 서버 자회사 폭스콘 인더스트리얼 인터넷(2251억달러), 구이저우마오타이(2233억달러), 중지이노라이트(2175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특히 중지이노라이트는 AI 데이터센터용 고속 광트랜시버를 생산하는 광통신 장비 업체로, 엔비디아 AI 생태계 수혜주로 꼽힌다.
한편 10년 전 중국 증시의 중심축은 금융·통신·에너지 등 전통 대형주가 자리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제외하고, 시장의 기본 구조는 국유 금융·에너지·통신 대형주 중심이었다. 중국 금융정보사 Wind에 따르면 2016년 1월 기준 중국계 상장사 시가총액 1위는 텐센트(2455억달러)였다. 공상은행은(2366억달러), 차이나모바일(2298억달러), 알리바바(2292억달러), 페트로차이나(2132억달러)가 2~5위를 차지했다.
6~10위는 건설은행(약 1924억달러), 농업은행(약 1439억달러), 중국은행(약 1415억달러), 시노펙(약 925억달러), 중국핑안(약 925억달러)이 이름을 올렸다. 국유 금융회사와 에너지 기업, 통신 대형주가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며 중국 경제의 부채 기반 성장과 내수 중심 구조를 반영했다.
최근 10년간 중국 정부가 제조업 고도화와 기술 자립을 강조하면서 증시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 등 전략 산업 육성 기조가 강화되면서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이 빠르게 커졌다"며 "중국 정부가 강조해온 산업 기술 자립 정책이 증시 내 주도주와 시가총액 변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도 AI·반도체 관련 기업의 상장이 중국 증시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상하이 과창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CXMT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295억위안, 원화 기준 약 6조5000억~6조8000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파운드리 기업 SMIC 이후 과창판에서 손꼽히는 대규모 조달이다.
낸드플래시 대표 기업인 양쯔메모리(YMTC)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YMTC는 빠르면 올해 4분기 과창판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CXMT와 YMTC가 잇따라 증시에 입성하면 중국 증시에서 D램과 낸드를 아우르는 메모리 반도체 밸류체인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도 AI·반도체 등 기술주 중심의 증시 재편을 정책적으로 밀고 있다. 최근 루자쭈이 금융 포럼에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적자기업의 과창판 상장 범위를 반도체에서 AI 대형언어모델(LLM), 양자컴퓨팅, 바이오, 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산업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 증시도 글로벌 AI·반도체 패러다임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YMTC·CXMT 등 AI·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기업공개(IPO)와 주요 지수 편입 등을 통해 향후 4~5년간 시가총액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며 "향후 중국 증시에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CT·하드테크 기업들의 비중이 무겁게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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