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회장 전민현)가 교육부의 '지방 국립대 신입생 전액 국가장학금 지급' 추진에 대해 지역 사립대학을 고사(枯死)시키는 처사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사총협은 장학금 지원의 기준이 대학의 '설립 유형'이 아닌 '학생과 지역'이 돼야 한다며 국립대와 사립대를 아우르는 정책의 전면 재설계를 촉구했다.
사총협은 10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5일 교육부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년부터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 대상 전액 국가장학금 지급 방안'에 대해 사립대학에 대한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사총협은 "지방 대학과 지역 인재 지원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국립대와 일부 사립대로 한정하는 것은 학생 간 형평성을 훼손하고 공정한 경쟁 기반을 무너뜨리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부가 근거로 삼은 지방대육성법의 지원 대상 역시 '지방대학'이지 '지방 국립대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사총협은 이미 국·사립대 간 교육·재정 여건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사총협의 '2024~2025 대학교육 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비수도권 국·공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약 54%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2024년 등록금 대비 재학생 1인당 장학금 비율 역시 사립대(58.6%)가 국공립대(79.1%)보다 20.5%포인트나 낮다.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비수도권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약 56% 더 많은 상황에서 국립대에만 무상교육에 준하는 혜택을 더하는 것은 대학 간 격차를 더욱 벌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정부 정책의 '이중 잣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나 '브랜드 단과대학' 등 국립대에는 막대한 세금이 경쟁 없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는 반면, 고등교육의 80%를 감당하는 사립대는 십수 년간 등록금 동결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교육부가 '2026년 지방대학 특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을 통해 15개 지역 중소대학을 선정하며 '입학 정원 3% 이상 감축'이라는 가혹한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성토했다.
사총협은 "2027학년도 수시 모집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립대가 전액 장학금을 무기로 신입생 유치전에 나서면 지역 사립대는 학생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중소도시의 핵심 기반인 사립대의 생존을 위협해 결과적으로 지역 소멸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사총협은 정부를 향해 세 가지 핵심 사항을 강력히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국립·사립 간 재정지원 불균형 심화 정책 중단 및 지역 사립대 학생에 대한 동일한 장학금 지원 △국내 고등교육의 80%를 책임지는 사립대에 대한 차별 개선 및 공정 경쟁 기반 마련 △확대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을 활용한 사립대 AI 인프라 지원 및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 등이다.
전민현 회장(인제대 총장)은 "정부는 대학의 설립 유형이 아니라 학생과 지역을 정책 중심에 둬야 한다"며 "모든 지역 대학이 공정한 여건에서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역 균형 장학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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