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내려도 "사 먹을래요"…김장철 포장김치 힘주는 유통가

  • 직접 담그는 가구 줄고 소용량 판매 늘어

  • 유통업계, 고급 김치·절임배추 수요 공략

조선호텔앤리조트 김치 라인업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앤리조트 김치 라인업 [사진=조선호텔앤리조트]

김장철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김치 시장 주도권 잡기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량으로 배추를 절여 한 해 먹거리를 준비하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필요한 만큼 사 먹거나 고급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유통가의 전략도 완제품 포장김치부터 절임배추·김장키트까지 세분화되는 모습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배추 상품 한 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5929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8.5%, 평년(6790원)보다 12.7% 저렴해졌다. 출하가 늦어진 여름배추에 가을배추 물량이 더해지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올해 가을배추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122만2000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추 가격 부담이 줄었음에도 김장을 직접 담그는 소비자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농경연 조사 결과 4인 가구 기준 김장용 배추 구매량은 2020년 21.9포기에서 지난해 18.3포기로 줄었다. 김치를 직접 담근다는 가구 비율은 지난해 62.3%로 전년 대비 2.2%p 낮아진 반면, 상품김치를 구매한다는 비율은 32.5%로 3%p 올랐다. 구매 이유로는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어서(39.5%)'와 '김치 담그기가 번거로워서(33.1%)'가 과반을 차지했다.

이 같은 변화는 포장김치 판매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롯데마트의 올해 1~9월 포장김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는 1㎏ 이하 소용량 포장김치 매출이 6.6% 늘었다. 컬리의 경우 7~9월 전체 포장김치 거래액이 35% 증가한 가운데 100g~1㎏대 소용량 제품 거래액이 39% 늘어나며 중·대용량 상품의 성장세를 상회했다. 김치를 쌓아두고 먹기보다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매하는 방식이 정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요 증가에 맞춰 백화점과 호텔업계는 프리미엄 김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3일 압구정본점 식품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명인명촌 김치'를 선보인다. 전국 장인들의 식재료를 활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배추김치(1㎏당 3만원)와 순무김치(1㎏당 3만2000원) 등 총 12종을 출시한다.

호텔 김치 역시 단순 식음 서비스 영역을 넘어 독립적인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김치 매출 54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 1월 경기 성남에 대규모 김치센터를 확장 이전했으며, 올해 매출 620억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개시하며 판로를 넓히고 있고, 워커힐호텔앤리조트 또한 '수펙스 김치' 등을 앞세워 견조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직접 김장을 준비하는 수요를 잡기 위한 마트·슈퍼업계의 절임배추 사전 예약 경쟁도 뜨겁다. 롯데마트·슈퍼가 이달 초 진행한 1차 절임배추 사전 예약 판매에서는 7만5000 박스 물량이 6일 만에 조기 품절됐다. 이마트와 GS더프레시는 예년보다 예약 판매 일정을 앞당기며 수요 선점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배춧값 변동과 상관없이 김치 소비 트렌드 자체가 간편함과 고품질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맛과 품질은 물론 얼마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지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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