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소리나는 서민경제

  • 물가는 뛰고 소득은 줄고, 외통에 걸린 정부 묘안 없어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가운데 국민들의 실질 소득도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유가와 환율 상승 등으로 대외 교역 조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까지 침체될 경우 자칫 서민경제가 파탄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에 육박하는 4.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1년 6월 5.0%를 기록한 후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 4.1%로 올라선 후 지난달에서 4.9%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집중 관리키로 한 주요 생필품 52개의 경우 무려 28개 품목의 가격이 올라 정부의 물가 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휘발유(16.3%) 경유(40.7%) 등유(46.4%) 도시가스(10.4%) 등 에너지 관련 제품과 돼지고기(24.7%) 쌀(4.2%) 감자(36.9%) 조기(22.6%) 등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는 전분기 대비 1.4% 줄어들어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국내 경제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 GNI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2.0%를 정점으로 3분기 1.5%, 4분기 0.2% 등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 1분기에는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실질 GNI가 크게 감소한 것은 대외 교역조건 악화로 무역 손실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수출품에 비해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득이 늘어도 실제 구매력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물가는 뛰는데 소득은 줄어들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한은은 1분기 민간 소비가 전분기 대비 0.4%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4년 3분기에 0.3%의 민간 소비 증가율을 기록한 후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가 맞물리면서 내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경제가 외형적으로 성장해도 고유가 등으로 교역조건 악화가 불가피해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정부로서도 위기를 극복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는 미국 경제 침체에 따른 달러 약세에 기인한 바가 커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또 내수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하고 있어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며 "감세 등으로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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