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득 감소...술·담배 줄이고 계란·유제품 늘어

가전서비스 21% 증가···여가활동 감소
짠돌이 소비에 영세자영업자 타격 커져

가계의 전반적인 소비 행태가 변하고 있다. 

담배와 술을 줄이는가 하면 라면, 국수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고기를 덜 먹는 대신 단백질 섭취를 위해 대체제인 계란을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

성인들은 장래를 위해 다니던 학원마저 그만두고 있다.

가계 실질 소득이 3% 감소하는 등 경기침체 여파로 전반적인 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같은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을 통해 각 가계의 소비 행태 변화 모습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술, 담배 끊자

지난해 1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오던 가계의 술 소비액은 올해 들어 전년 동분기 대비 13.0% 줄었다.

전분기 대비 0.2% 감소한 데 그쳤지만 이는 지난해 4분기에 술 소비액이 24.7%가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경기침체기에 각 가정에서 술 소비량을 줄인 것을 알 수 있다.

담배 역시 13.9% 감소했다. 담배는 2007년 2분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은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담배는 전분기에 비해서도 13%가 줄어들어 올해 들어 흡연량을 줄이거나 금연을 시작한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고기와 생선 대신 계란 먹어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와 생선 대신 계란을 찾는 가정이 늘어났다.

육류와 육류가공품의 소비액 감소폭은 각각 0.3%, 17.2%에 이른다. 특히 소시지 햄 베이컨 등 육류가공품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생선을 찾는 가정도 줄었다. 갈치 고등어 오징어 등 신선수산물과 북어 굴비 마른멸치 등 염건수산물의 소비액은 각각 9.8%, 12.8% 감소했다.

대신 우유나 치즈 두유 등의 유제품과 계란 같은 알의 소비액은 13.7% 늘어났다.

또 수산물품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어묵 맛살 참치통조림 등의 기타수산동물가공품은 1.3% 증가했다.

쌀과 같은 곡물소비는 3% 줄었지만, 밀가루와 국수 라면 등 곡물가공품은 9.4% 증가했다. 각 가정의 식사비는 3.4%가 줄어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식사비는 2006년 2분기만 제외하면 줄곧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 스타킹은 한번 더 신고, 옷과 가전제품은 고쳐서 쓰고

의류 품목 중에서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것은 기타의복으로 13.9%나 줄었다. 기타의복에는 양말 스타킹 모자 넥타이 실 등이 포함된다.

주로 빠르게 소모되는 품목이거나 '장식제'들로, 가계 소득이 감소하자 이들 품목을 새로 구입하지 않고 재사용 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옷을 세탁하거나 수선해서 사용하는 집도 늘어났다.

의복관련서비스는 2.1% 증가해 2007년 4분기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났다. 신발의 경우 소비가 약간 늘어나긴 했지만 신발서비스가 42.5%나 감소했다.

냉장고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의 소비는 1년 전에 비해 10.1% 감소했다. 가정용 공구는 20.3%나 줄었다.

대신 가전서비스 이용률은 21.2% 증가했다. 새제품을 사기보다는 수리해서 계속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난 셈이다.

◆ 미래 대비 활동, 여가활동 잠시 중단

보험 관련 소비가 13% 감소했다.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보험비가 이렇게 급감한 것은 가계 소득이 줄어들자 각 가정에서 신규 보험 가입은 물론 기존 가입마져 철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인직업학원이나 외국어 학원 등 성인들의 학원 수강도 9.9%나 감소했다.

국외연수나 학교보충교육 등의 기타교육도 7.3% 줄었다.

그러나 정규교육은 5.0%, 특히 대학교의 교육은 7.2% 증가했다.

오락 문화활동은 TV 등 영상음향기기(-2.9%)와 기록매체(-21.6%) 악기기구(-45.2%) 캐핑 및 운동관련용품(-24.1%), 화훼 및 애완동물서비스(-27%) 등 거의 대부분 소비가 줄었다.

다만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DSLR 사진기에 따라 사진광학장비 소비(43.2%)는 크게 증가했다.

이미용서비스가 7% 줄어든 반면 이미용기기 구입은 25.2%가 늘어나 직접 외모를 가꾸는 가구가 늘어나는 모습도 관찰됐다.

◆ 자가 교통 사용 급감, 보건 비용 증가

자동차 구입이 46.6% 줄어들었다.

정부의 노후차 세금감면 혜택을 기다린 점과 더불어 교통비를 아끼려는 노력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 오토바이 자전거 등의 소비도 31.6%가 감소했다. 휘발유 등 운송기구 연료비는 6.2% 줄었다.

그러나 교통카드 이용액이 포함되는 기타운송비는 20.6% 증가했다. 

경기침체기 속에서 크게 증가한 소비액은 보건품목으로 총 5%가 늘었다. 입원서비스가 19.3%, 외래의료서비스가 12.3%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치과서비스는 0.7% 증가로 별 변화가 없었다.

각 가정에서 이처럼 소비를 줄이게 되면 내수를 구성하고 있는 서비스업체들 특히 영세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소득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민간 소비 지출이 줄어들 게 된다"며 "특히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식음료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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