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녹색 산업 지원을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다. 남들 보다 더 높이 뛰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디로 뛸 것이냐다. 전통적으로 산은은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 위주의 대출을 해 왔다. 녹색 산업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몰리는 분야라 산은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산은은 예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하던 금융기관으로 중소기업들이 잔뜩 몰린 녹색 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 "또 대기업들은 녹색 산업 투자를 꺼리고 있어 '녹색 성장'에서 산은의 할 일이 별로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도 녹색 금융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 지 고민이 깊다.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큰 그림을 그려주길 바라는 수동적 입장이다.
홍성일 산은 종합기획부 기획팀 부부장은 "금융기관 종사자 대부분에게 녹색 금융에 대한 인식은 별로 확산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로드맵을 그려줘야 산은도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할 수 있어 지금은 단지 구상 수준에 머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민, 우리, 기업 등 대다수 일반은행들이 태양광, 탄소, 그린IT 등 분야를 나눠 맞춤형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 수석연구원은 "산업은행은 투자은행(IB)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펀드를 조성하거나 정부가 투자하는 대규모 녹색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면서 "신재생 에너지 R&D 등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자금 지원 등 포커스를 큰 쪽으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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