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인 미쯔비시의 ‘아이미브’를 직접 타고 서울 올림픽 공원 일대를 한 시간 가량 달렸다. 미쓰비시의 공식수입원 MMSK가 연구목적으로 임시 허가를 받은 터라 시승이 가능했다.
시동을 걸자 계기판에 ‘READY’라는 녹색 등이 켜진다. 시동이 걸렸다는 표시지만,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조용하다. 변속기 래버를 주행(D)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자 공상과학영화에서 우주선이 움직일 때 나던 “쉬잉~”하는 소리가 난다. 가속을 할수록 소리는 더 커지지만 귀에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내연기관과 달리 아이미브는 변속기가 없다. 전기모터의 구동력이 곧바로 바퀴에 전달된다. 제로백(0→100km 도달 시간)을 측정한 결과 13초가량이 나왔다. 초반 전기모터의 힘이 곧바로 발휘되지 않기 때문에 느린 것 같지만, 후반 가속력은 준중형 이상이다.
출력은 64마력이지만 차체가 1080kg으로 가볍고 토크는 18.3kg·m으로 중형차 수준이다. 후반 가속력이 뛰어난 이유다. 또 후륜구동 방식이어서 운전하는 재미도 있다. 최고시속이 130km지만, 실제는 그 이상의 달리기 성능을 보여줬다.
미쯔비시 전기차 '아이미브'/MMSK 제공 |
코너링도 나무랄 데 없다. 무거운 부품(배터리, 모터 등)이 차체 바닥에 놓여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외관은 경차보다 조금 크고 실내도 넓다. 계기판은 전자식 속도계와 배터리 잔량, 출력이 표시된다. 왼쪽에 알피엠과 비슷한 바늘이 있는데 군청색은 충전, 녹색은 경제운전, 흰색은 고속주행 상황임을 보여준다.
변속기 레버에는 D와 ECO, B 등 세 가지 주행모드가 있는데 ECO모드는 경제운전 기능을 한다. B모드는 엔진브레이크 기능인데, 다른 때 보다 많은 양의 전력을 충전하게 해 준다. 다만 별도로 전기를 이용해 히터를 돌리기 때문에 에어컨 보다 전기소모가 더 많다.
급속충전은 30분이면 80%까지 충전되고 가정용 콘센트를 꽂으면 7시간이 걸린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아도 재충전된다. 가장 큰 장점은 유지비가 적다는 것이다. 소모성 부품은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오일, 윈도 브러시뿐이다. 전기료 10만원이면 4800km를 달릴 수 있다. 만원에 부산을 가고도 남는다. 배터리 교체주기는 10년.
문제는 차값이다. 일본에서 469만 엔이지만 정부가 300만 엔 가량 지원을 해준다. 원화로는 6400만원 가량이다. 국내에서 절반 이하에 출시된다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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