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함에 따라 향후 국회는 사상초유의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강행처리에 강력반발하면서 의원직 총사퇴 카드까지 빼들면서 장외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정국은 급랭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명박 정권은 국민적 저항과 정권퇴진 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최재성 의원은 “이번 미디어법 처리는 다수파의 횡포를 보여준 전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가 의원직 사퇴의사를 천명한 데 이어 조만간 소속 의원 전체가 사퇴의사를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관계자는 “공룡정당은 여론을 무시한 채 최소한의 여야간 합의라는 의회정치의 주원칙을 저버렸다”며 “의회주의가 파괴되는 상황에서 의원직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설파하면서 대국민 설득전을 벌이는 동시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한나라당은 현정부 출범 후 미디어법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여타의 개혁 및 민생정책 추진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판단해 물리력까지 동원,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9월 정기국회, 10월 재보선, 내년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임시국회는 미디어법 처리의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신성범 원내대변인은 “미디어법이 모든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미디어법 처리로)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제 정쟁국회는 가고 일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론이 여야 중 어느 편에 서주느냐다.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경우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면서 정국 주도권은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또 ‘속도전’으로 쟁점법안을 처리한 후 민생챙기기에 주력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도 일정부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한다고 해도 현정부의 일방주의적 국정운영에 실망한 국민들이 우리 편을 들어줄 것”이라며 “민심을 얻고 다시 국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찬성 여론이 높아진다면 한나라당은 향후 정국주도권을 쥐고 과감한 국정운영을 펼 수 있게 된다. 지난 4월 재보선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촉발한 조문정국이 이어지면서 땅에 떨어졌던 집권 여당의 위세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안 처리 막판변수로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 당내화합도 급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직권상정을 택한 김형오 의장에 대한 야권의 사퇴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 대표는 “김 의장은 대한민국의 의장이지 한나라당을 위한, 이명박 정권을 위한 의장이 아니다”며 “의장의 마지막 소명을 저버렸기 때문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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