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상반기에만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외화 수요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2일 상반기 국내은행의 중장기 차입실적이 140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48억5000만달러에 비해 189% 증가한 것이다.
특히 중장기물의 차입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질적인 면에서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상반기 국내은행의 기간물 차환율은 99.0%를 기록해 리먼 사태 직후인 지난해 4분기 50.1%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상반기 무역흑자는 216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전반적인 외화수급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당분간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러나 동유럽 금융불안과 북한 관련 리스크 등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들이 잠재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하반기 급격한 외화차입 여건 악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급증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가계의 외화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이는 원화보다 외화자금의 차입 비용이 높은데다 올초 엔화대출로 인한 피해에 따른 거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 등 주요 6개은행의 외화대출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205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말에 비해 6.2% 감소한 것이다.
신규 외화대출 상담건수는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외화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 외화대출 수요를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외화대출 금리는 원화대출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높은 상황이다.
외화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은 은행권의 1년물 외화차입 가산금리는 상반기 3.86%로 높아졌기 때문. 지난해 1%대를 기록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위축되면서 해외 투자가 부진했던 것도 외화대출 감소의 배경이라는 평가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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