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앞두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지주 간에 기싸움이 시작됐다.
우리금융의 유력한 인수 주체인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에 비해 규모가 작아 역인수를 우려해 사전 기선제압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에 질세라 인수·합병(M&A)의 주체는 '우리'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 우리금융 민영화, 하나금융과의 '대등합병' 유력
우리금융 민영화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대등합병이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우리금융을 인수하기에는 하나금융의 규모가 작고 인수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우리금융의 매각가를 7조원 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7조123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현재로서는 하나금융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을 추가 조달하더라도 인수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지분과 우리금융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대등합병이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합병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대등합병을 통해 우리금융 하나금융을 합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안을 받고 절충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기선제압 나선 하나금융 "우리는 하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하나금융보다 덩치가 큰 우리금융과 합병할 경우 자칫 '역합병' 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지난 2005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앤큐리텔이 스카이를 인수했다가 조직 문화와 조직내 진급라인을 스카이에 점령당한 것과 같은 불상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중요하다는 의중을 밝혀 왔다. 기업 간 물리적 결합보다는 조직간 화학적 결합이 M&A 성패를 좌우한다는 지론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주도적으로 M&A를 추진해 올해 있을 은행권 판도변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금융 "금융산업 재편의 중심은 우리"
우리금융은 이 같은 하나금융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동생'과 같은 하나금융이 '형'격인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의도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민간 금융연구기관 연구위원도 "최근 우리금융 관계자들이 먼저 M&A 얘기를 꺼내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며 "합병 방법이야 어찌됐든 우리금융·하나금융 합병과 발맞춰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한 서로의 기싸움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도 "회사 크기가 작은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지난해 10월 "금융산업 재편과정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M&A 루머에 흔들리지 말라"며 "금융산업이 어떤 식으로 재편되더라도 우리금융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6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때도 "우리금융이 국내 금융산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금융권 판도 변화에 우리금융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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