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요타 자동차,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기업들의 대규모 리콜이 잇따르면서 기업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 사건들로 인해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의견과 권리 등이 기업의 정책에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제품 계획, 설계, 완성품 등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사례는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이나 큰 내재적 파워를 갖고 있다. 이는 역으로 제품 설계부터 소비자들의 의견을 꼼꼼히 반영한다면 큰 성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적 마인드'를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기업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의 소비자정책 역시 '뒷북 행정' 수준이다. 소비자들의 안전과 권익을 최원적 가치로 삼는것이야 말로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Win-win) 해나갈 지향점인 셈이다.
우리나라 최대 소비자 단체 연합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으로부터 소비자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먼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되시는지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우리나라 주요 소비자단체인 대한YWCA연합회,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국주부교실중앙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한국소비자교육원, 한국소비자생활연구원,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녹색소비자연대 등 10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협의회는 소비자단체들의 지사까지 합치면 320여개가 있으며 300만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간 이 단체의 대표로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부 부처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특히 10개 단체의 화합을 통해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최근 국제적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 운동 및 캠페인에도 참여해 미래 소비자 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생각입니다.
단 국내를 비롯해 세계차원에서의 소비자 권리를 찾도록 할 계획입니다. 일단 오는 15일 금융 등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관련한 사례를 모아 ‘금융과 소비자’라는 토론회를 열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정부의 소비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우리나라 정부의 소비자 정책은 한마디로 말해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식품이나 의약품 등 분야에서 소비자 피해 사건이 터져야만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는 정도입니다.
오는 11월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로 국가 브랜드 가치는 상승될지 몰라도 소비자의 실질적인 생활을 끌어올리는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봅니다.
정부는 앞으로 ‘글로벌’ 수준의 소비자 정책을 만들어 펼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주요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강하는데도 국내 수준으로 머물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주로 어떤 부분에 대해 상담을 해오고 있는지요.
“아이폰, 스마트폰 등 IT분야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늘면서 소비자 피해 상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인기를 끌고는 있지만 소비자들이 많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상품 구매 시 제공하는 간단한 매뉴얼 외에도 사용 정보를 따로 알아봐야 하는 등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사용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상담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직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자녀의 무분별한 카드 사용 때문에 부모가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카드 분실 시 보상 문제, 명의도용, 이중 거래, 대금 연체에 대한 문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각종 할인혜택을 보장하는 회원권 피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원권 상담은 계속된 소비자 교육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운동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 법규 등이 바뀐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1980년대 후에 UN자료를 조사해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암·기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의약품을 금지시킨 적이 있습니다. 이 중 25개는 판매 금지됐으며 50개는 엄격히 취급하도록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93년에는 바나나·자몽 등 수입 농산물의 농약 검사를 이끌어 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수입 종산물의 농약 기준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밀의 경우 일본에서 농약 잔류 검사를 의뢰한 결과 잔류 기준을 130배나 넘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정부 측에 전달했고 해당 밀은 리콜조치 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리콜에 대한 기준 안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소시모는 현재 한국공업규격인 KS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외국계 조사 기관과 함께 리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운동을 하면서 아쉬움이 남거나 힘든 점은 어떤 것인지요?
“정부의 소극적인 소비자 정책과 소비자들의 이기적인 권리 찾기 패턴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최근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권리가 아닌 ‘나’만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더 많습니다.
특히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기후변화, 에너지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이 없는 편입니다.
대체적으로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공짜로 주는 경품 이벤트 등 자극적인 행사에는 관심이 많으나 공익적인 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미합니다.
대적적인 소비자 단체의 회원 수도 미국은 750만명이지만 우리나라는 1만명이 채 못됩니다. 또 사단법인인 소비자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데에도 인색한 편입니다.
정부의 글로벌 수준의 정책과 깨어있는 소비자 의식만이 정당한 소비자 권리를 찾는데 기여하리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펼칠 소비자 운동 계획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향후 지속가능한 에너지, 환경 사업을 통해 안전한 소비생활을 위한 소비자 운동이 펼쳐질 것입니다.
또 세계 시장에서 상표, 특허, 의장 등 지적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과거의 소비자운동이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한 형태라면 미래의 소비자운동은 환경문제 등을 고려한 소비자 책임에 대해서도 강조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단체들이 소비자 운동의 영역을 넓히는 촉매제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생각입니다.”
아주경제= 김은진 기자 happyny7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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