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입이 제한된 국내 전자칠판 관련 시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실상 우회방식으로 진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LG전자는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0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 마련한 자사의 전시관에서 전자칠판(ITB-65S)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중소기업 인타스가 LG전자의 TV와 패널을 이용해 제조한 것이다. 해당전시관에서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제품 문의 및 수리 등 일체의 사항은 LG전자를 통해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행사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에는 전자교탁이 전시됐다. 중소기업인 이솔정보통신이 생산하는 이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일체형 컴퓨터가 채용됐다. 전자교탁과 연결된 대형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은 전자칠판을 포함한 관련 교육 자재(인터렉티브화이트보드및액세서리)를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선정했다. 군소업체의 난립을 막아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공공기관은 해당제품을 중소기업간 제한 경쟁입찰 또는 지명 경쟁입찰을 해야하고, 대기업은 원천적으로 입찰 참여가 금지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OEM 방식 등을 이용해 시장에 진입한 셈이다.
실제로 해당제품에는 중소기업의 브랜드가 부착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을 삼성이나 LG 브랜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전자칠판은 시장규모는 국내는 대수 기준으로 5000~6000대, 해외 시장은 금액 기준으로 2조 가량이다. 지난 1월 정부가 전자교과서를 사용하게 하는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전자칠판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자칠판시장이 패널과 PC, 전자책(e-book)의 수요처로써 가치가 높다고 본다. 전자칠판은 터치센서와 디스플레이 패널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패널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교실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자칠판과 더불어 전자책과 PC 등 부대제품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중소기업을 통한 대기업의 전자칠판 시장 진출은 자사의 패널 및 PC, 전자책 등의 판매시장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3년 뒤 대기업 진입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 전자칠판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관계자는 “해당 중소기업은 LG전자의 TV와 패널을 이용해 전자칠판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전자칠판은 해외시장 위주로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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