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물가가 폭등하고 있는 품목들은 무와 배추, 생선과 같이 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본지가 25일 서울의 재래시장 2곳과 대형마트 1곳을 찾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의류나 생활물품 등 공업제품의 물가 변동률은 낮았지만 무ㆍ배추 같은 농산물과 생선 등 신선식품 물가는 수직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외국계 대형마트에 쇼핑을 나온 주부 김모씨(62)는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별 걸 사지도 않았는데 합계된 금액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던 것. 과일과 고기, 야채, 생필품 등 15개 상품을 샀을 뿐인데 영수증에 찍힌 숫자는 17만4240원이었다.
평소에는 잘 사지 않는 맥주와 아이들 장난감, 군것질거리를 제외하더라도 11만6890원이 나왔다.
김씨는 "꼭 필요해서 산 상추와 표고버섯, 콩나물, 돼지고기, 샴푸 등만 계산해봐도 10만원이 훌쩍 넘어요. 한번 장을 볼 때마다 이러니 마트에 오기도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강북구 소재 이마트 길음점에서도 갈치와 고등어가 지난해보다 50% 정도, 국산 딸기와 참외는 20% 오른 가격으로 거래됐다. 야채값도 많이 올라 양파는 90%나 가격이 급상승했다.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의 농산물 할인매장 주인은 "배추의 경우 전남 해남에서 들여오는데 지난 겨울이 예년에 비해 매우 추웠고 갑자기 추워진 날이 많았던 관계로 작황이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한 생선가게 주인도 "기후변화로 바닷물이 차가워져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더라"고 말했다.
실제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한파에 따른 수확량 감소가 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평균기온은 -1.6℃, 평균 최고기온은 3.8℃, 평균 최저기온은 -6.5℃로 평년보다 각각 0.6℃, 0.5℃, 0.9℃가 낮았다.
하루 중 최저기온이 -10℃ 이하인 날은 7.7일, 하루 중 최고기온이 0℃ 미만인 말은 6.9일로 평년보다 각각 1.3일, 1.7일이 많았다.
이는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 1일 발표한 '2010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산물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 수산물은 9.2% 올랐다.
축산물을 제외한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7% 상승하는 등 전체 물가상승률(2.7%)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1~3월 합산)로는 무려 7.5%나 폭등했다.
경기침체를 겪었던 지난해 같은 달(4.3%)과 비교해서도 3.2%포인트나 높아 신선식품 물가앙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드러난다.
그러나 이는 난방비 등 석유류제품(11%) 급등에도 공업제품(3%)과 서비스요금(1.8%)이 안정세를 보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이들 가격 안정이 서민들에게 오히려 위안이 됐을 정도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양극화 심화로 서민들은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러한 때 비록 자연적인 이유에 의한 것이라도 물가폭등까지 겹치면 서민들의 불만이 폭발해 큰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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