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기준' 고수...글로벌 기업 중국서 큰코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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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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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 기자) 영국 산업혁명 이후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은 유럽,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이를 표준화한 제품·브랜드 경영 전략을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했다. 전 세계 시장에 같은 기준을 공통으로 고수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의 시대가 열린 것.

하지만 최근 이들 글로벌 기업의 자사 기준 고수 정책은 중국이라는 큰 벽에 부딪혔다. 이들의 모든 시장에서의 공통된 기준 적용은 중국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세계 유통계의 절대강자인 월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5위에 머물렀다. 그나마 5위에 오른 것도 중국에서 1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대만계 유통사를 인수했기에 가능했다. 인수 이전인 2006년 월마트는 22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본사중심 문화와 관리시스템으로 중국 현지 직원의 재량권이 적어 까다로운 중국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문화를 적극 반영한 까르푸는 중국에서 3위에 오르며 해외 유통점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세계 시장에서 월마트에 한수 아래지만 중국 현지 직원들의 재량권을 준 결과였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희비는 중국과의 호흡 여부에 의해 판가름 났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도요타는 유독 중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980년대 중국 덩샤오핑 주석이 도요타에 자동차 공장 건설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도로교통법도 없다”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공장 건설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및 도로교통 체제 전수에 힘썼다. 중국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폴크스바겐 제품을 택시 독점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관용차 역시 상당수가 폴크스바겐 모델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현지 특화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중국에서 2위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냈다.

글로벌 1위 포털인 구글은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과 관련해 마찰을 빚으면서 1위 자리를 토종업체인 ‘바이두’에 내줬다. 전 세계 공통 정책을 고수하며 중국 정부와 각을 세운 것이 치명타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자존심 강한 중국 네티즌들에게 미움을 산 것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중국 포털 점유율은 바이두가 70%에 달한다. 구글은 20% 후반으로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아이’ 시리즈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애플도 중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자사 기준을 앞세워 플래그십 스토어와 판매위임업체 등 공식적 판매경로를 극히 제한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인 ‘모바일미’는 국가 목록에 중국을 탑재하지 않았다. 반면 콩·마카오·대만 등은 대상 국가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중국 PC제조업체인 레노버의 창립자 리우 촨지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가 중국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우리에겐 행운”이라며 “애플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하는 것과 같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린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해온 기업들이 중국에서 유독 부진한 것은 바로 13억에 달하는 거대하면서도 다양한 중국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자사 일방주의 정책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중국 현지 국내기업 관계자는 “중국 시장 규모는 전 세계 3분의 1에 달한다”며 “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만큼 현지 밀착형 기업경영이 성공의 열쇠로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준과 문화를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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