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24일 한ㆍ중 양국은 수교 18주년을 맞는다. 예년 같으면 수교 후 양국의 관계 발전 및 경제교류 '성과 결산'에 들떠 있겠지만 올해는 다르다. 오히려 그간 한ㆍ중 양국이 정치ㆍ외교와 군사ㆍ안보 분야 협력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반성의 분위기가 농후하다.
천안함 사태 발생 후 양국이 서로의 시각차를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부터 유엔 성명, 최근의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다소 어색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대외연락부장은 최근 한국 국회의원 방중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한ㆍ미 군사훈련으로 긴장국면이 조성되면 더 큰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관계 냉각 조짐에 가장 긴장하는 대상은 대중 사업이 활발한 한국 기업들이다. 현재까지 기업들이 양국관계 냉각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야 할 한국 기업들으로서는 천안함 사태 발행 후 일련의 사건들이 초래한 중국 내 반(反)한감정의 격화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할 대기업의 걱정은 더욱 크다. 정책 결정에 있어 정부의 입김이 유난히 센 중국의 경우 정치적 요소가 경제정책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차세대 LCD 생산라인 건설을 위해 중국 국우원에 허가 신청을 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정부가 명단 발표 시기를 미루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한국과 경쟁구도를 보이는 대만은 중국과 급속도로 '친해지고' 있다. 중국ㆍ대만 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지난 18일 대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중국ㆍ홍콩ㆍ대만을 아우르는 거대 중화경제블록이 탄생했다.
중국의 노동력과 시장, 대만의 기술력과 자본이 합쳐져 '차이완(China+Taiwan) 파워'를 발휘할 경우 한국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한ㆍ중 FTA 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여기에는 중국 시장을 절대 놓쳐선 안된다는 ‘채근’의 느낌마저 묻어난다.
지난 18년 간 교류를 통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투자대상국, 최대의 수출대상국으로 급성장한 만큼, 한국에게 중국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자 ‘협력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2년 수교 당시 1700만 달러에 불과했던 1일 교역액은 2009년에는 3억9000만 달러로 무려 22.7배 신장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도 5만여개에 달한다. 작년 한중 양국을 오간 인원은 454만 명(연인원)에 달했다.
경제적 밀접성과 정치•외교적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향후 한국과 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사태가 우리가 애써 외면하려 했던 한ㆍ중 양국의 거리를 냉철히 바라볼 수 있는 '자극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또한 중국ㆍ대만 ECFA 체결이 한ㆍ중 FTA를 촉진하고, 동시에 심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 문제 자각을 위한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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