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금융허브로 도약...지금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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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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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진영 기자)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 지형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뉴욕 월스트리트와 런던시티 등 기존의 세계 주요 금융중심지는 위상추락과 함께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반면  신흥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금융허브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 금융허브 구축을 통한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2003년부터 정부 주도로 실천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금융허브로서의 그렇다할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만의 특화된 금융산업 육성으로 경쟁력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아시아국가에 뒤지지 않기 위한 전략 재검토 필요성도 시급한 과제로 언급되고 있다.

◆금융허브 도약을 위해 유리해진 환경

금융위기 직후 비과세 비규제 특혜로 역외금융센터로 각광받던 조세회피형 금융중심지는 몰락의 위기에 처했다. 금융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며 국제사회의 제재수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G20 및 유럽연합(EU) 등은 앞서 조세회피지역을 강력히 규제하는 합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두바이, 더블린 등 신흥 국제금융허브로 각광받는 도시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취약한 인프라와 정치.사회적 환경이 리스크로 부각된 탓이다.

이같이 국제금융체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과정에서 동북아 금융중심지로서의 우리나라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금융허브로의 진출은 전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세계 최고 저축율과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세계최대 잉여자금 보유지역이다. 게다가 최근 달러약세 기조로 선진국 자본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어 금융중심지의 대이동이 예견되고 있기 때문.

중국의 경우 지난 2009년 태국 ACL은행 인수.합병 및 캐나다 Bank of East Asia지분인수를 추진하는 등의 규모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호주 ANZ은행도 영국 로얄스코틀랜드 은행의 아시아네트워크를 지난 2009년 인수해 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은 금융인프라, 시장규모 등 잠재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IT벤처 붐을 겪으면서 벤처투자 인프라를 구축했고, 높은 교육수준을 보유한 풍부한 양질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실제 서울시는 올 하반기 런던시의 금융허브 경쟁력 평가지표인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상반기 28위에서 24위(75개 도시 대상)로 올랐다.

특히 서울시는 2회 연속으로 향후 '금융허브로의 발전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도시 톱4'에 선정됐으며 '수년 내 금융기업들이 해외지사 설립을 검토할 가장 유망한 도시 톱6'로도 뽑혔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동아시아 경쟁도시 중에서도 가장 개방된 자본시장과 안정적 정치.사회 환경을 갖추고 있어 금융허브로서 기본여건은 충분히 갖춘 상태"라며 "우리의 장점을 바탕으로 특화전략을 추진해 이번 위기를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중심지화, 글로벌 금융규제 트렌드에 역행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중심지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제기된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선진국 국가들의 국제적인 금융규제 수위 강화 움직임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다뤄진 '은행세 도입'도 이들 논의 중 하나다.>

금융중심지가 조성되면 글로벌 금융시장과 연계성이 높아져 이번과 같은 위기 발생시 연쇄적인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신흥시장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전 세계로부터 투자자금을 급격히 회수
 적지않은 충격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국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금융위기에도 세계 최고 금융중심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영국 홍콩 스위스 싱가포르 독일 호주 캐나다 네덜란드 등 대표적인 금융중심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주식시장이 그렇지 않은 국가 대비 더 큰 금융위기 여파를 겪었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면서 "정부 금융중심지 정책으로 국내 금융시장과 해외 금융시장간 연계성이 높아져도 국내 금융시장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 및 금융산업의 국제화는 금융시스템의 위험도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 금융허브 경쟁력 중국에도 뒤져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요 5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발달지수(FDI) 평가에서 한국은 24위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졌다. 2008년 19위 보다는 5계단 하락한 것이다. 금융안정성(43위), 제도적 환경(34위), 금융접근성(46위) 은행 금융서비스(28위) 등 부문에서 특히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중국에도 뒤졌다. 지난해 26위에 올랐던 중국은 올해 22위를 차지했다. 

반면, 홍콩(3위), 싱가포르(4위), 일본(9위) 등 아시아 금융허브를 표방하는 도시들은 여전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 2008년부터 추진된 금융중심지 사업의 외국 금융사 유치 실적이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중심지로 영입한 해외 전문인력도 단 2명에 그쳤다. 

김영선 의원(한나라당)은 "금융중심지사업을 추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유치실적이 부진한 것은 금융위의 초기 추진 전략이 부실하다는 의미"라며 "채용인원이 2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대외적으로도 비전과 희망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국제화.금융도시강화.KRX 국제화 추진돼야  

한국의 금융 국제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 국제화는 해외자본의 국내진출(inbound)은 급속히 진행된 데 반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outbound)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최근 들어 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실험적인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서울과 부산을 복수 금융중심지로 지정해 경쟁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부산의 경우는 국제 금융중심지로서 아직 평가 대상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프론트오피스 기능을 중심으로 한 종합금융중심지로, 부산은 서울을 보완하는 백오피스-백업센터 기능에 집중해 두 지역의 보완.경쟁관계 형성을 통한 자원배분 효율성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산은 부산 북항 및 신항의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서 선박금융, 수산금융, 항만설비금융 등 해양금융의 장점을 살려 틈새시장으로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거래소의 국제화도 강조됐다.

실제 지난달 싱가포르거래소(SGX)와 호주증권거래소(ASX)의 합병을 결정하는 등 적지 않은 나라가 국제거래소로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00년 이후 거래소간 인수.합병 건수는 38건에 달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자거래시스템이 확산되고 규제 환경이 변하면서 거래소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며 "한국거래소(KRX) 기업공개(IPO)를 통해  경영효율성 제고와 해외거래소간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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