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십니까?

박화영(미디어 작가겸 출판사 대표)
얼마 전 한 미디어 콘텐츠 제작업체가 일에 대한 자문을 구하면서 내게 상호교신의 편의성을 위해 스마트폰의 사용을 권유했다. 단칼에 거절하니, 명색이 미디어작가라는 사람이 최신 첨단통신기기를 거부하는 태도에 다소 의아한 눈치였다.

통신기기의 발달과 보급에 따라 사람들이 취하는 자세의 특징적 형태가 달라진다.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거리에는 한 손을 올려 한 쪽 귀에 대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 보편화됐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는 양 손을 가슴 높이 정도 중앙에 모으고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는 DMB나 기타 동영상 들을 감상하느라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한 손을 얼굴 앞으로 올리고 있다. 셀카를 찍기 위해 한 쪽 손을 좀 높이 들고 작은 렌즈에게 추파를 던지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이젠 흔한 풍경이다. 혹은 핸즈프리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은 마치 실성한 사람이 길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통신기기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신체 일부인양 신체 움직임을 제어한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인기가 빠르게 퍼지면서 터치스크린 방식에 따라 신체와 기기의 긴밀성은 극대화된다.

하루 종일 폰을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손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라이너스의 담요마냥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듯, 고개를 숙이고 두 눈을 모아 주시하며 연신 단말기 화면을 친밀하게 쓰다듬는다.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을 톡톡거리며, 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각각 ‘다른 곳’에 접속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손에서 연장된 몸의 일부인 듯 붙어있는 스마트폰은 편리하고 재미있고 유용한 도구로 인식돼 너도나도 이 트랜디한 대세의 물결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

멀티미디어 통신환경은 우리 신체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시·지각 및 인식체계, 그리고 나아가 사고하고 존재하는 방식에 마저 영향을 끼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블로그 문화, 그리고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인기와 더불어 편리하고 재미있는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은 나날이 더 신속하고 편리해져 즉각적 인터액션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이런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보급은 기존 특권계층이 생산하던 미디어 콘텐츠를 ‘누구나’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확장된 장을 제공해준다.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UCC 가 지구 곳곳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렇듯 오늘날의 미디어 통신환경은 표현과 소통에 있어서 고마운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니홈피 및 블로그의 유행, UCC의 인기, 나아가 어디에서도 손끝의 톡톡거림으로 항상 ‘연결’된 소셜 네트워킹에 이르기까지 개체마다의 생각과 표현을 세상을 향해 공유할 수 있는 편리하고 ‘스마트한’ 장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리도 ‘스마트해진’ 멀티미디어 환경 속에서 우리도 진정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현명해지고 있는가를 되물을 필요가 있다.

대세적 트렌드에 쉽게 현혹되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체험하는 미디어 환경에 길들여져 그 틀 속에 속박되는 경우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서 표면상으로는 스마트하고 창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실상은 프로그램된 편리한 방식으로만 선택 가능한 보편적으로 평준화된 표현들을 일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어진 인터페이스에 적용 가능한 표현방식에 스스로를 가두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 보편적 편리함과 스마트함의 대세가 역설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은연중 편리한 소통방식에 길들여지고 학습돼 적당히 안주하고, 그 길들여진 표현방식만으로 온 세상을 그리는 것은 나태하고 싫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떨 땐 문명이 고안한 지나치게 쉽고 편리한 측면이 우리의 소통 및 표현능력을 하향평준화하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요즘 각광 받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공격적 마케팅과 높은 호응도에 따라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듯 대세에 맥없이 쓸려 다니고 몰려다니며 그 파도에 동승하지 않는 자를 뒤쳐진 것으로 여기기도 할 것이다. 그 빠르고 쉽고 편리한 ‘스마트’한 무리 속에서 가끔은 느리고 어렵고 불편한 과정을 곱씹을 수 있는 다소 ‘미련함’을 지키며 간직하는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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