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화당에 '전투 모드' 돌입

  • "CEO 비행기 등 부자 세금 혜택 끝내야"<br/>WP "사실상 정부 부채 협상 결렬" 관측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자 감세는 철회돼야 한다며 정부 부채 한도 증액을 위한 협상에 나섰던 공화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주 초부터 공화당 리더들과 협상을 벌여온 오바마는 강경한 자세로 태도를 바꿨다.

오바마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회견 내내 적어도 여섯 차례에 걸쳐 정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에 임하는 공화당의 자세를 비판했다. 오바마가 보기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기나 연간 수십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자들에 대한 감세 정책은 폐지돼야 하지만, 공화당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이런 이슈들이 자신들이 반대하는 세금 인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의 공세를 두고 그동안 냉철하고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었던 오바마로서는 대단히 '전투적인 모드'라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1주일 협상하고 또 1주일은 아무 일 안하고, 이제 와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며 "난 (아프가니스탄, 빈 라덴 제거 등) 내 할 일을 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공화당은 "오바마가 대통령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공화당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와 협상을 벌였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은 "공화당이 지금껏 협상을 주도해오며 지출 과대인 정부의 재정구조를 고치기 위해 여러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토론에서 도망친 탈영병이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이 이번 협상에 강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WP는 분석했다. 지난 5월1일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을 때 지지도가 크게 올랐던 오바마는 그 이후 별다른 지지기반을 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WP-ABC방송의 여론 조사는 10명 중 6명이 오바마가 경제 문제 해결을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를 더욱 밀어붙여야 하는 공화당으로서는 지금이 절호의 기회로 판단되고 있다.

오는 8월2일까지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해야 하는 오바마로서도 더 물러설 곳은 없다. 오바마는 "만일 기상청, 식품 안전 검사, 참전용사 및 사회보장 혜택이 줄어든다면 공화당은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오바마는 "기업 CEO들의 개인 비행기에 세금 혜택을 주기 위해 지역 유권자들의 어린 자녀들의 미래를 희생하겠냐고까지 말했다"며 "답은 분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칼럼에서 "오바마와 공화당의 협상이 잘 진행됐으면 기자회견은 바로 없었을 것이고, 사실상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에 정적 모드를 깨고 공개 모드로 바뀐 것"이라며 "지난 주말 공화당의 에릭 캔터와 존 킬이 협상장을 떠났을 때도 꾹 참았던 오바마다. 2조 달러의 지출을 삭감을 하고 4000억 달러의 세수 증대를 하겠다는 데 대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실망이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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