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은 인정되나 사직서 제출이 당시 중앙정보부 등의 압력 때문이었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 이유다.
춘천지법 행정부(김형훈 부장판사)는 전직 공무원인 유모(57)씨가 강원도를 상대로 낸 ‘공무원 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1975년 6월 지방 행정 서기보로 임용된 유씨는 강원도청 등에서 3년간 근무하다 1978년 5월 사직서를 제출해 의원면직 처리됐다.
공무원 재직 중 가톨릭 춘천교구 사제관에서 운영하는 야학에 참여했던 그는 1977년 12월 유신헌법과 긴급조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
이른바 ‘춘천교구 가톨릭농민회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 사건에 연루된 유씨는 당시 중앙정보부 등의 압력으로 사직서 제출을 종용받아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냈다는 주장이다.
유씨는 2000년 8월 ‘민주화 운동 관련 보상법’이 제정되자 명예회복을 신청했고, 2004년 6월 이 보상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아 ‘복직 권고’라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도는 복직 규정이나 법원의 복직 결정 명령이 없다는 이유로 유씨의 복직을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강요에 의한 의원면직은 무효’라며 공무원 지위 확인 소송과 함께 최근 3년간 임금 1억9천200여만원, 위자료 5천만원을 비롯해 지난해 11월부터 복직 시까지 매월 438만원의 임금 지급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엄혹했던 시절 시국 비판 활동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강제 해직 등 불이익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은 된다”며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도 받았으나 그것만으로 원고의 사직 의사 표시가 강박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직서 제출 후 33년간 공무원 지위 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으로 볼 때 의원면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사건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이나 실효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또 “의원면직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임금 등의 청구 역시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한편, 춘천교구 가톨릭농민회 사건은 1977년 12월 가톨릭농민회 춘천교구 연합회에서 발간한 농민회 홍보자료 중 학원 시위 소식과 정부의 농업정책 비방이 있다는 이유로 간부 3명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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