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이민자 출신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파리 근교에 모인 지지자 3만여명 앞에서 “프랑스는 불법이민자 근절을 위해 솅겐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연설했다. 솅겐조약대로라면 불법이민자들은 유럽연합(EU)의 26개국을 비자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는 유럽의 사회 안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해 극빈층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그는 “12개월내로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프랑스는 협상이 끝날 때까지 솅겐조약에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뒤진 사르코지 대통령이 보수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시도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사르코지 대통령은 4월 치르는 1차 대선에서 26%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돼 올랑드 후보(27%)에 뒤쳐져 있다. 5월 2차 투표에서도 사르코지는 44%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전망돼 56%를 기록한 올랑드 후보에 크게 뒤쳐져 있는 상태다.
알자지라 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강경 이민자 발언은 일종의 학습효과라고 진단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슬람 교도의 전통의상인 히잡과 부르카 등 챠도르 착용 금지법을 제정한 뒤 지지율이 상승한 바 있다. 또 이슬람 식품에 ‘할랄’ 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을 준수해 도축한 돼지고기와 알코올 등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을 일컫는다.
이를 두고 사르코지 대통령이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표인 마린 르펜 대선 후보의 보수 강경 정책을 모방해 보수 유권자를 확보하려 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반 이민자 정책은 르펜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이다. 르펜은 현재 1차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미국산 우선구매법’처럼 유럽도 지역 내에서 생산한 제품에 혜택을 주는 ‘유럽산 우선구매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EU가 1년내 이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프랑스산 우선구매법’을 먼저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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