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저축해서 쓴다?..탄력근무 시간제 맹점은?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카드로 탄력 근무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주 미국 기아자동차 조지아 공장과 GM 렌싱 공장 등을 둘러보고 오면서다.

27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의 미국 공장 방문으로 장시간 근로 개선 정책의 고삐가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작업 시간 대비 생산성이다. 차량 한 대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는 17.3시간, GM 랜싱은 23시간이었던 반면 국내 현대·기아차의 경우 31.3시간으로 다소 긴 편이다.

다시말해 국내 자동차회사가 미국 보다 2배 이상 시간을 쏟지만 생산성은 그보다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은 211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시간인 1692시간보다 419시간이나 많다.

이에 이 장관은 국내 완성차업계도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활용해 단축된 근로시간이 생산성과 연동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수요가 많은 시간에 연장근무를 축적했다가 비수기에 단축근로를 통해 연장근무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장관의 지적에 업계는 시쿤둥한 반응이다. 국내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인 해석'이라는 얘기다.

특히 노동시간이 업력에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자동차업계는 이 장관의 발언이 여론몰이로 작용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부 노조는 특근 및 휴일 수당 등을 그대로 받으려고 한다”며 “근로자에 치우친 정책은 되레 업계의 반발을 살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 장관의 구상이 국내 현장에 완전히 적용될 때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론도 한 몫 한다. 지속적으로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로드맵은 마련되지 않아 임기 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우선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구체적인 로드맵을 짤 것”이라며 “그러나 근로기준법령개정안 및 파생법이 정해져 오는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된다면 연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장관도 “며칠 둘러보고 와서 바로 결론을 내자는 것이 아니다”며 “국내 형편에 맞게 연착륙이 가능한 방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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