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3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하이마트 이사회에서 기자와 만나 "6월 말까지 하이마트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하이마트 주식거래 재개가 지난 2일부터 재개된 데 따라 매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날 하이마트 이사회는 영업부문 경영지배인에 한병희 전무를 선임했다.
한 전무는 지난달 25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으로 공석이 된 하이마트 영업부문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이로써 하이마트는 유경선 재무부문 대표이사와 한병희 영업부문 대표이사 직무대행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경영 지배체제 정착과 동시에 하이마트 매각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유 회장은 "하이마트 매각에 온 힘을 다한다는 것이 시장과의 약속"이라며 "하이마트 매각을 기대하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을 위해 이른 시일 내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은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한국거래소에 '경영투명성 개선계획'을 제출하면서, 6월 말까지 하이마트를 매각하지 못하면 대표직을 내놓겠다고 밝혀 매각 성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유진기업과 선종구·HI 컨소시엄(H&Q 제2호 사모투자전문회사)도 이날 지난 2월 말 잠정 보류했던 하이마트 보유지분의 매각절차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유진그룹 측은 매각주간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새로 조정된 매각일정·절차를 잠재매수자에게 배포하고, 이달 14일까지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수후보군으로 알려진 기업은 롯데그룹·신세계·홈플러스 등이다.
다만, 매각 가격은 당초보다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당초 하이마트 매각 가격은 3조원 수준을 오갔지만, 경영권 분쟁 등 내홍을 겪은 지난 5개월 동안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특히 하이마트의 경우 자산 2조6000억원 중 영업권이 무려 1조7000억원에 해당한다. 선종구 회장이 이번 매각 이후 손을 뗀다면 상당부분 가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마트는 영업권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사고 팔면서 발생된 경영권 프리미엄이기 때문에, 제3자가 이를 인정할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권을 제로로 놓고 보면 5000억, 영업권 인정하더라도 1조원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후보군이 겹치는 웅진코웨이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웅진코웨이는 이달 중순이면 1차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고, 곧바로 실사를 진행한다. 이 경우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6월 이내 매각이 확실시된다.
한편 선종구 회장은 대표이사에서는 해임됐지만, 이사직은 당분간 유지하게 된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총을 열어야 하는데, 매각을 앞두고 주총을 열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며 "아직까지 이사 해임안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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