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창업 이래 최대 위기라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시뻘건 용광로의 열정으로,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혼을 불살라 철강명가를 넘어 종합소재와 에너지 사업에서도 ‘명가 포스코’를 만드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자.”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지난 3월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 매출 200조원 달성, 100대 기업 진입이라는 ‘포스코 패밀리 비전 2020’을 발표하며 밝힌 포부다.
당시 정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철강 시황 악화로 인한 위기를 불편한 진실이라고 표현하며 이에 대해 철저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올 초부터 상시위기관리센터를 운영하며 경기변동에 따라 기업경영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지난 하반기부터는 시나리오 경영전략에 따른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 그 결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대부분의 철강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유일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 미탈은 지난 3분기까지 7억900만 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락시미 미탈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익이 나지 않는 공장의 문을 닫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과 중국의 철강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철강사 보산강철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2.8%에 그쳤다. 중국의 80개 중점 철강사 전체 영업이익률은 지난 10월 기준 마이너스 0.2%였다.
일본 철강사의 경우 9월 중간결산 실적 기준 JFE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10월 1일 발족한 신일철주금이 발표한 합병 전 신일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의 적자폭은 각각 1766억엔과 1338억엔이었다.
반면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3분기까지 경쟁사 대비 가장 높은 8.4%(단독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 철강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도 유지하고 있다.
재무상태도 좋아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양호한 자금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의 가용 현금성 자산과 금융자산을 포함한 시재규모는 지난해말 2조 5000억원수준었으나 올해 반기말 기준으로 2조 7000억원대로 증가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월드퍼스트, 월드베스트 제품의 판매비중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플랜트 산업 등 전략시장 위주의 강종을 개발해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비율이 14.8%였지만 3분기에는 15.5%로 증가했으며 연말에는 20%까지 판매목표를 높여잡고 있다.
포스코가 준비하고 있는 과제는 미래 성장동력이다. 포스코는 최근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에 국내 최초로 자체 광석을 활용한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준공했다. 마그네슘은 경량 소재의 대표주자이자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금속이다.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90%를 지배하고 있어 국내 사업화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신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리스트의 차세대 연구개발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는 전략적 판단하에 환경친화적이며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앞서 4월에는 LG화학과 2차전지 소재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에너지분야도 마찬가지다.
포스코의 발전 자회사인 포스코에너지는 국내 최대 민간 발전사업자로 국내는 물론 베트남, 몽골 등 해외 발전사업 수주를 연달아 이루어 내고 있다. 최근 2년간 포스코에너지는 미국 태양광발전소(300㎿)와 베트남 석탄발전소(1200㎿), 인도네시아 부생발전소(200㎿)·석탄발전소(600㎿)를 포함해 5번이나 글로벌 수주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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