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눈엣가시 '1원 낙찰' 만행 부린 제약협회 제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검찰 고발도 이뤄져<br/>-저가 낙찰한 의약품 공급 방해 지시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제약업계와 병원계간 의약품 ‘1원 낙찰’ 관행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저가 낙찰 의약품의 공급을 방해하거나 입찰 참여를 방해하는 등 시장 질서를 훼손해 온 한국제약협회가 검찰에 고발될 처지에 놓였다.

공정위는 한국보훈복지공단이 실시한 입찰에서 저가로 낙찰 받는 등 1원 낙찰된 의약품도매상들에게 의약품 공급을 방해하고 저가 입찰을 제한한 한국제약협회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과 검찰 고발토록 했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1원 낙찰의 경우 낙찰되면 정상가로 공급되는 원외(외래환자) 처방 분야의 손실을 메우기 위한 관행이었다. 의약품 1개 품목에 있어 원내와 원외 처방 비율은 평균 2:8 가량 등 확연하게 차이난다.

포장단위별 약품원가를 보면, 종류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원외 공급을 늘려야만 손실(원가-1원) 보전을 넘어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지난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총 4회에 걸쳐 이토메드정 등 1311종의 의약품 입찰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35개 도매상들이 84개 품목에 대해 1원으로 낙찰 받았다.

그러나 1원 낙찰된 84개 품목을 제약협회 소속인 동아제약·녹십자·대웅제약 등 13개 제약사들이 공급 거부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이는 한국제약협회가 1원 등 저가로 낙찰 받은 도매상들에게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저가 입찰도 제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한 구성사업자에게는 제명 등 제재조치를 취하기로 지난해 6, 7월 한국제약협회는 임시운영위원회를 통해 결의해왔다.

제약협회의 악의적 행보로 인해 소속 제약사들은 의약품 공급 거부를 진행했고 의약품 도매상들은 납품계약을 파기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대체구매 후 납품하는 등 손실을 입었다. 특히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도 약품조달차질 등 병원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계약이 파기된 49개 품목에 대해 높은 가격으로 다시 구입하면서 구입단가 상승과 구입절차 지연 등의 애로가 발생했다. 더불어 35개 품목 수급이 원할 하지 않아 재고 부족으로 인한 환자 투약이 지연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따라서 보훈공단 측이 1원 낙찰 의약품 공급거부에 따른 담합 혐의로 제약사들을 공정위에 조사 의뢰하면서 한국제약협회의 만행이 드러났다.

이성구 서울사무소장은 “제약협회의 이러한 행위는 개별사업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할 의약품공급여부 및 공급가격결정행위에 대해 사업자단체가 관여함으로써 의약품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약가인하를 저해해 환자 및 건강보험재정의 부담을 증가시킨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어 “1원 입찰이 정책상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관련 제도나 정책상 개선이 필요한 사안일 뿐 법위반 사유는 될 수 없다”면서 “제약협회가 이를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의약품도매상, 병원 등 관련 사업자와 환자에게 불편 및 부담을 초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