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통과된 안은 금융위가 지난 2011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개정원안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1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주요 내용인 대형IB 설립과 대체거래소시스템(ATS),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제공, 주주총회 내실화 등을 제외한 채 통과시킨 바 있다.
◆CCP 도입…“장외 거래 위험관리 체계 구축”
이날 국회 법사위가 통과시킨 개정안 주요 내용은 장외거래 중앙청산소 도입(CCP)과 이미 시행 중인 상법 개정 이행 등이다.
CCP도입은 G20(20개 주요국) 합의사항인 동시에 장외 거래에 대한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융투자상품 청산업이란 다수 거래자간 장외파생상품 거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동안 국내 장외파생상품 시장은 지난 2011말 잔액규모가 6904조원에 육박하지만 적절한 위험관리체계가 부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CCP가 설립되면 장외파생시장의 결제 안정성이 제고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앙청산소 도입으로 장외 거래에 대한 효과적인 위험관리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수 거래자간 차감 등으로 결제규모 및 리스크가 대폭 축소돼 장외거래의 안정성과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장기업의 이익소각이 비상장기업보다 제한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자본시장법 규정 폐지 등 이미 시행 중인 개정 상법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돼 통과됐다.
◆“개정안 핵심은 대형IB 도입”
하지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 대형IB 육성이었다는 점에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5개 대형증권사는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으로 늘려 대형IB 요건을 맞춰놓은 상황이다. 대형IB가 되면 증권사들은 기업금융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 뿐 아니라 기업 자금 활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로서 법 통과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대형증권사들 공히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개정안에 통과되지 못한 ATS를 두고서도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ATS가 도입되면 기존 한국거래소와 별도의 거래소가 설립돼 매매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국회에서 대형IB 등 남은 안들이 통과될 확률이 낮다는 게 업계 분위기란 점이다. 앞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주창해온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물러나며 추진동력을 잃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대형IB를 포함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정무위와 수차례 논의를 했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판단했지만 막판에 통과가 안됐다”며 “오는 4월 열리는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개정안을 김 전 위원장만큼 주도적으로 이끌지도 현재로서는 예단키 어렵다. 단, 신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있기 전 금융위 부위원장 역임 시절 언론 매체를 통해 “개정안 통과가 이뤄지면 금융투자업계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등) 금융전반에 대한 합의된 논의를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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