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자신신고제’ 유지…세부적 보완 추진

  • -기업 간 불신구조 형성 등 담합 재발 효과적<br/>-국제 카르텔 제재 근거 자진신고뿐…단, 세부적 보완 착수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담합행위를 자진신고하면 과징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면제해 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leniency)’ 제도에 미세하나나 메스를 들이댄다.

이 제도가 담합 주도 업체들이 처벌을 피하는 얄미운 수단으로 지적을 받고 있지만 기업 간 불신구조 형성 등 담합 재발을 방지 할 수 있어 유지는 하되, 미흡한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5일 공정위에 따르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4일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담합 관행 척결을 위한 과징금 감경사유 및 감경율 조정 등의 정책 방향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노 위원장은 취임 당시 담합이 시장경쟁을 원칙적으로 제한해 소비자의 직접적인 피해와 기술개발의 유인을 차단하는 시장경제 제 1의 적(敵)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이 담합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은 후 자진신고를 통한 전액 감면 혜택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리니언시는 미운오리로 질타를 받아왔다.

리니언시란 과징금 감면의 혜택을 주는 대신 담합한 기업들을 효율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제도다. 유형은 다르나 검찰의 ‘플리바기닝(검찰수사에 도움 준 범죄인에 대한 소추면제 또는 형량감경)’처럼 유사한 제도로 1순위 신고자는 100%, 2순위는 50%를 감면받는다.

지난해 공정위가 제재한 가전제품 담합 건을 보면, 삼성전자·LG전자 등이 가전제품 가격 담합 저질러 446억원의 과징금을 처벌 받았지만 자진신고로 과징금은 훨씬 적었다. 2011년 개인보험 상품(종신보험, 연금보험, 교육보험 등)의 이율을 담합한 16개 생명보험사의 제재 건도 자진신고한 삼성생명(1578억원)과 교보생명(1342억원)만 각각 50%, 100%의 감경을 혜택 받았다.

특히 올해에는 변액보험상품에 부과되는 최저사망보험금보증수수료율 등을 담합한 혐의로 삼성생명 등 9개 생명보험사들이 과징금 201억4200만원을 처벌 받았지만 삼성생명 등은 또 다시 자진신고로 빠져나가는 혜택을 누렸다.

이처럼 리니언시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제재를 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여론이 커지자 공정위도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자진신고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진신고는 담합 재발 억제에 효과적이란 논리 때문이다.

이는 사업자들 간 서로 불신구조가 형성돼 카르텔 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만든다는 것. 자진신고 없이 공정위의 힘만으로 카르텔을 적발할 경우에는 3·4년 뒤 또 담합을 자행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국제 카르텔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신신고제도가 없으면 국제법상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국제 카르텔의 경우 사업자와 증거가 전부 외국에 있고 국제법상 외국사업자를 조사할 수 있는 집행관할권이 없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한철수 공정위 사무처장은 “자신신고 제도가 없을 경우 미국이나 일본에만 자진신고해 그 곳 처벌만 받고 우리나라한테는 자신신고를 안한다”며 “그러면 우리나라 시장, 우리나라 소비자한테 막대한 피해를 준 국제 카르텔에 대해서는 눈을 훤히 뜨고 당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 처장은 이어 “일부 기업이 과징금을 면제 받는 사회적 비용과 리니언시로 인해 담합을 적발하고 재발을 방지 한다는 사회적 효과를 비교형량하면 사회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면서 “자진신고가 없었으면 적발하기 어렵다. 적발이 안 되면 과징금은 제로로 길게 보면 이것은 꼭 필요한 제도로 세부적으로는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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