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고용주와 고용인, 임대인과 임차인, 대기업과 협력사 등 갑과 을 사이의 불공정한 관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대형마트 협력업체의 직원이었던 A씨는 명절 때마다 선물세트를 여러개 구매해야만 했다.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마트 측 직원이 선물세트 매출을 높이기 협력업체들에 선물세트를 구매해 줄 것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더 깊숙이 들여다 보면 또 다른 갑을 관계가 등장한다. 바로 고용주과 고용인이라는 관계다. 고용주인 회사가 고용인인 직원에게 준 실적 압박이 협력업체들로 이어진 상황이다.
대기업이 그들의 직원에게, 그 직원이 다시 협력사 직원에게 갑의 횡포를 부린 악순환이 이어진 꼴이다.
갑을에서 시작된 불공정 행위가 병과 정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번 남양유업 막말 파문 역시 단순히 그 직원만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해당 직원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편의점 가맹점 본사 정직원으로 일하던 글쓴이의 친구는 회사 측에서 크리스마스 행사 상품인 케이크 판매 할당량을 직원 개인들에게 줬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 측에서 이 같은 압박을 가한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는 단순히 갑의 횡포라는 표면적인 문제점만 부각시킬 사항이 아니다. 그동안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구조적인 관행들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을들이 이렇게 당하고 있었다면 그 밑에 위치한 병과 정들이 겪은 어려움은 분명 더 클 것이다.
이번 사태를 갑과 을, 그리고 병과 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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