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13일 개최하는 충남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에 앞서 정 회장이 최종 점검을 위해 11일 당진 제철소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제철 노조는 이날 정 회장의 방문에 맞춰 현대제철 노조는 인천과 포항사업장 총파업을 결의하고 조합원들에게 당진 제철소로 집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24일 시작된 올해 임금협상이 지난 7일 제24차 교섭까지 진행됐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노조가 정 회장에게 직접 임협에 대한 문제점을 주장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회사는 이날 화입식에는 지난 1, 2고로 때와 달리 언론 등 외부인사들은 초청하지 않고 회사 임직원들만 참여하는 내부행사로 진행키로 했으며, 화입자 명단도 확정짓지 못했다.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해, 최악의 경우 고로 화입식에 그룹 최고 어른인 정 회장이 참석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숙원사업이라는 대명제 이외에도 고로 화입식은 정 회장에게 그룹 경영에 있어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포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철강사들이 일부 고로 가동을 중단하고 감산 체제에 들어갈 때 현대제철은 고로 공사를 완료하고 가동시기도 앞당겨 진행했다. 철강업계의 과잉투자 여진이 지금까지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대규모 투자는 업계 불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대두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드라마 각본과 같은 반전이 이뤄졌다. 2010년 1월 5일 1고로 화입식이 개최된 당시 금융위기 이후 급락한 자동차와 조선 등 수요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철강 수요를 주도했고, 같은 해 11월 24일 2고로 화입식이 열렸을 때에는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5 자동차 업체에 등극하는 등 외형의 확장에 이어 품질로서 전 세계 소비자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정 회장이 고로에 불을 붙이면 현대차그룹에 닥친 위기가 유리하게 반전되는 신기한 상황이 두 번이나 벌어진 것이다.
3고로 화입식을 앞두고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내내 내수·해외시장에서 해외 브랜드의 공세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차는 엎친데 겹친 격으로 노조 파업까지 벌어지면서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3고로 화입 날짜가 정해지자 현대차 노조 파업이 끝났고, 세계경기도 뚜렷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부동산 경기도 반등세가 엿보이는 가운데, 현대로템이 유라시아 횡단철도사업의 핵심인 러시아 철도차량 사업에 진출키로 했다. 바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현대차그룹이 반격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대제철 노조와의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제철내에서는 고로 가동 후 당진에 비해 인천, 포항 등 기존 사업장 조합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노조의 총파업도 조합원들에게서 흐르고 있는 심리적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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