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늦은 오후 한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 소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시찰에 나섰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총 부지 면적이 289만㎡(87만5000평)로, 이는 여의도 면적(약 290만㎡)과 비슷하고 축구장 400개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평택 제1공장(P1)과 제2공장(P2)은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팹) 기준 각각 세계 최대 규모 기록을 세웠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3라인(P3)은 더 큰 규모라, 완공 후 세계 최대 규모 팹 기록을 세울 것이 유력하다.
한미 양국 정상이 첫 일정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의 핵심 기지를 방문한 것은 양국이 '반도체 동반자 관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관련 미국 제조업 강화와 핵심 공급망 확보를 위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발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는 특히 반도체 공급망 전략을 직접 챙겨온 터라, 이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기조가 우선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소집한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들고 흔들며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한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이뤄진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양국 정상을 직접 안내하며 자사의 반도체 기술력을 뽐내는 기회로 삼았다.
국내 재계 1위 총수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미 기술 동맹'에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제로 이날 양국 정상이 둘러본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의 기흥·화성과 미국 오스틴·테일러 공장을 잇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세계 최초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시제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이 3나노 반도체 웨이퍼를 방명록 삼아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실리콘 판이다. 통상 공장 등 현장을 방문하면 방명록에 이름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종이 대신 반도체산업의 상징인 웨이퍼를 택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 정상의 이번 평택 회동은 한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지원하면서 미국 산업계의 반도체 수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한미 반도체 동맹'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평택 회동은 새로운 차원의 동맹을 겨냥하고 있는 양국 정부의 '윈윈' 관계 구축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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