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달 중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국내 4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워싱턴DC를 찾는 것이다. 그간 대한상의 회장직을 수행하며 국내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 온 최 회장이 이번 방미에서도 해외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글로벌 경제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21∼22일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리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해, 지경학적 위기를 극복할 경제협력 구상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TPD는 최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학술원이 2021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행사로, 한미일 3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태평양과 동북아의 각종 현안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다. 원래는 매년 12월에 진행됐으나, 올해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 2월로 연기됐으며, 행사 규모도 확대됐다.
이번 TPD의 참석자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전 행사에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모리모토 사토시 전 일본 방위상, 후지사키 이치로 전 주미일본대사 등 한미일 3국의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주요 정관계 인사들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TPD의 주요 의제는 미국의 외교 정책, 미국과 동아시아의 안보,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의 협력 방안 등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TPD에서 일본과의 연대를 포함한 미국과의 새로운 협력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간의 경제 협력 확대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 인프라, 에너지 산업 등의 글로벌 협력 방안이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미일 간의 기술 협력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 특히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공동 연구 및 투자 확대가 논의될 수 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미국과 한국 간의 스마트 시티 구축 및 5G, 6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 에너지 산업에서는 청정 에너지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 혁신과 상호 협력 방안이 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PD 행사 전후로 워싱턴DC에 머물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접촉할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북미 법인인 'SK 아메리카스'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확대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연말에는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과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대관 총괄로 영입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이 정치권 리더십 공백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한국 경제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최 회장도 SK그룹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활로를 여는 방향으로 미국 출장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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