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지속되면서 코스피 지분율이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일시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전문가는 6개월 넘게 이어지는 외국인 매도가 마무리에 다다랐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 지분율은 32.18%로 2023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간별 외국인 평균 지분율인 34.1%(2000년대), 33.4%(2010년대)도 밑도는 수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06년 5월로, 당시 40%대를 넘겼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년 한때 27%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엔 2020년 39%대까지 외인 지분율이 높아졌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순매도를 지속했다. 이 기간 22조8373억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새해 들어서도 지난 1월 93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이달에도 2거래일간 벌써 7934억원을 팔았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 비중을 축소하게 만든 건 강달러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는 등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예고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 관세 부과 예고도 달러 강세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환율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국내에선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둔화) 우려, 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대거 처분했다.
올해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1조9470억원어치를 팔았다. 순매도 2위인 현대차 매도 규모(4536억원)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시장 전문가는 환율, 펀더멘털, 차익 실현 등 부정적 요인이 해소되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11월 말을 기점으로 순매도세가 완화되고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선 외국인의 한국 증시 비중 축소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만들어낸 달러 강세, 주요국 교역 둔화 우려, 딥시크 사태로 인한 고대역폭메모리(HBM) 포지션 정리 등이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만들어내고 있다"면서 "이런 변수들의 지속력은 길지 않아 추후 외국인들의 순매수를 재개 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우려되는 관세 전쟁은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산 상품 전체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에 중국도 오는 10일부터 일부 미국산 수입품에 최대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대(對)미국 관세 조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며 "미국 현지시각 오전이나 오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통화에서 정리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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