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병역법 제3조는 남자들만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언한다. 20대 남성들은 예외 없이 군대에 가라는 것이다.
국방백서(2022)는 국군 정원을 50만명으로 공개하지만, 2025년 기준 대략 48만명으로 알려졌다. 현 수준의 병력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명이 입대해야 한다. 2024년 신생아 출생은 약 24만명인데, 남성은 약 10만명이다. 산술적으로 10만명이 부족하다.
‘모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첫째, 자원입대 유도를 위해 높은 급여를 지급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다. 미군 입대한 E1(Private:훈련병)이 월 2200달러(약 320만원)를 받는데, 우리 육군훈련소 훈련병은 월 75만원을 받는다. 5배 이상의 인건비 증액이 가능할지 불분명하다.
둘째, 급여를 대폭 인상하더라도, 대부분의 청춘들은 그런 급여를 안 받고 군대도 안 가길 희망한다. 셋째, 고학력자와 부잣집 자녀는 군대를 안 가고 저학력에 가난한 집안의 자식들만 군대에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역시 모병제 전환 이후 가난한 집과 소수인종 자녀만 입대하는 ‘빈민 개병제’로 변질됐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최근 공개된 ‘2021~2025년 1분기 육군 부사관 희망전역과 휴직 현황’에 따르면, 정년이 남았음에도 전역을 신청한 부사관 수는 2021년 1분기 315명에서 2025년 1분기 66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신규 부사관 임용은 2021년 1분기 2156명에서 올해 1분기 749명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장교 임관 역시 비슷하다. 지난해보다 육사는 50여명, 3사는 100여명, 학군장교는 2022년 3561명에서 2758명으로 800여명이 줄었다. 3년 전에 비해 총 1000여명의 소위가 사라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무여건은 물론 급여와 복지도 열악하기 때문이다.
방송 예능프로그램 중 공무원인 출연자가 평일 당직근무 투입 즉시 6만원을 현금 수령하는 장면을 봤다. 군인들 당직수당은 최근 인상돼 평일 2만원이다.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는 초급간부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자 지난해 4878억원의 예산증액안을 마련했지만 결국 반영하지 못했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처방으로, 정부와 국회는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확정했다. 산불피해 복구 지원 등 여러 필수예산이 포함됐지만, 군관련 예산은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30년 국방전문기자였던 유용원 국민의힘 국방위원이 지난달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글이 떠오른다.
“이번 추경에 끝내 초·중급 軍간부 처우개선 예산들이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軍간부들의 기대와 믿음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성과없는 결과를 두고 제가 더 잘하지 못한 것을 사과드립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기에 기획재정부와 국방부에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올해 빠진 예산 항목들을 꼭 다시 살펴봐 주시길 바랍니다.”
6월 대통령 선거일정과 겹쳐진 기재부의 2026 정부예산 편성과정에서 초급간부들의 절박한 기대가 또 외면될까 걱정된다. ‘군대가 하부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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