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적 불황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 주도의 산업 통폐합 정책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조속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미래산업포럼과 국회미래연구원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을 주제로 제1회 국회산업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국내 석화 산업은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으로 2022년 이후 불황(다운턴)에 빠졌고 앞으로도 호황(업턴)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표파트너는 "동북아 지역 신규 증설 물량을 고려하면 내수 성장 기반의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과 중국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파트너는 국내 석화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3대 산업단지 생산구조 재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울산산단은 2027년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가동에 따라 범용 PE(폴리에틸렌)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대산산단은 저가 범용 제품 비중이 95%에 이른다.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본부장(전무)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석화 설비 증설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한국 기업 경쟁력을 상실케 하고 전 세계를 석권하려는 전략이 과연 멈출지 의문"이라며 "국내 정유사와 경쟁력 있는 석화 기업 간 통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재편 작업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요구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은 "석화 업체들이 국내보다 해외시장에 주력 중인 만큼 국내 점유율을 기준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엄찬왕 한국화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석화 산업 재편에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미 올 상반기를 허비했다"며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석화 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소 시대에 기반했던 석화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어떻게 자리매김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석화 업체와 노동자·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적인 산업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입법부 차원에서) 쉽지 않은 고민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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