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실제론 덜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공급가격에서 인하하기로 한 할인방식이 이 같은 의혹을 불러와 “SK처럼 카드할인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할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정부가 다시 기름값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유사가 가격인하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관련 부처에 가격을 재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유사의 가격인하 시점인 7일 이후 휘발유가격은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11일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는 가격할인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칭찬은 커녕, 의혹만 잔뜩 불러왔다.
주유업계는 정유사의 ‘현물할인’이 실종됐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현물할인은 정유사가 공급가격 기준가를 정해놓고 실제로 주유소에 판매(현금판매시)할 때는 할인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 주유업계 관계자는 “많게는 리터당 50~60원, 적게는 30~40원 하던 할인 수준이 10원 안팎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모임도 최근 석유공사 오피넷 가격을 분석한 결과 “4월 1주부터 2주까지 카드할인을 한 SK를 제외하고 공급가격을 내린 정유사들은 리터당 평균 25.26원만 내렸다”며 정유사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논란은 결국 공급가격 할인방식에서 비롯됐다. 당초 SK의 카드할인과 달리 유통과정에서 100원 인하효과가 흡수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0원 인하효과가 주유소에서 흡수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유소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누명을 쓸 바에는 카드수수료의 부담이 있지만, SK처럼 나머지 정유사도 전면 카드할인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주유소업계의 주장이다.
당초 정유사의 가격할인 방식이 나뉜 것은 서로간 눈치싸움에서 비롯됐다. SK에너지가 기습적으로 100원할인을 발표해 다른 정유사는 미처 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SK를 따라 가격할인에 동참하라는 안팎의 요구가 거세지자 S-OIL이 다급하게 공급가격할인 방식을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카드할인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월말까지 준비기간을 갖기로 했던 GS칼텍스도 공급가격인하로 급하게 입장을 선회했다.
당시 SK에너지와 나머지 정유사는 서로의 할인방식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SK에너지는 “공급가격할인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나머지 정유사는 “카드할인방식이 무폴과 자가폴 주유소에 적용되지 않아 이들을 죽이는 일”이라고 반박했었다.
결과적으로 공급가격인하는 그 효과가 불투명해지며 예상됐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급가격인하 방식의 정유사들이 SK처럼 무폴과 자가폴 주유소에 대해 가격인하된 기름 공급에 제한을 두면서 장점이었던 부분도 상쇄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